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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자투리펀드 "언제 돈 불었지?"

입력
2012.06.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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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4년 전에 가입한 후 잊고 지내던 한 펀드의 잔고를 최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2008년 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ASEAN)국가 주요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500만원을 넣었는데 잔고가 730만원으로 불어있었던 것. 자원과 인구가 많은 아세안국가들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여윳돈을 넣어두긴 했지만, 브릭스 국가 등에 비해 관심도가 낮을뿐더러 별 기대 없이 투자한 후 사실상 방치해두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A씨가 가입한 펀드는 설정액이 7억에 불과해 ‘자투리펀드’라고 분류되는 소규모펀드였지만, 설정 후 수익률이 45%에 달하는 등 성과가 잘나가는 대형펀드를 능가했다.

자투리펀드라고 우습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운용 규모가 작아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자투리펀드 중에도 잘나가는 펀드는 연초 후 수익률이 40%에 달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일 기준 동양베트남적립식1(주식혼합)A 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36.50%를 기록했다. 연초 후 베트남 증시가 23% 가까이 오르면서 베트남 주식 비중이 높은 해당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삼성KODEX콩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펀드와 우리아시아부동산1(주식)Class C1펀드도 각각 10.75%와 10.03%라는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콩 펀드는 글로벌 곡물시장에서 콩 생산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뛴 게 수익률에 보탬이 됐고, 아시아 부동산 펀드는 선진국 대비 성장세가 남아 있는 아시아 국가 부동산들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보인 덕에 수익률을 지켜냈다.

운용설정액이 50억원이 넘는 국내주식형펀드들의 단순평균 수익률(8일 기준)이 마이너스(-) 0.51%고,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이 0.90%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적이다.

특히 미래에셋ASEAN업종대표자1(주식)종류A펀드는 운용설정액이 10억원에 불과하지만 연초 후 수익률은 8.27%고, 2년 수익률과 3년 수익률도 각각 28.16%, 62.50%에 달하는 등 좋은 수익률을 거뒀다. 펀드 규모가 작을수록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모든 소규모펀드들이 ‘천덕꾸러기’는 아닌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규모가 작으면 운용사가 다소 관리에 관심이 적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소홀하기는 힘들다”며 자투리펀드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을 경계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무턱대고 자투리펀드를 정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2014년까지 공모펀드 대비 소규모펀드 비율을 1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운용사들의 판단에 맡겨 현재 규모가 작더라도 더 키울 수 있는 펀드는 그대로 둘 수 있도록 했다.

물론 -20%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죽을 쑨’ 자투리펀드들도 적지 않다. 연초 후 수익률기준 하위 자투리펀드를 분석한 결과 유리글로벌천연가스증권자UH펀드는 -21.75%의 수익률을 나타냈고, 한국투자에너지드림배당목표전환특별자산1A펀드와 ING그린포커스1(주식)종류A펀드도 각각 -20.55%와 -19.04%라는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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