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만 서면 검찰은 무력해지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두고 장장 8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검찰은 내내 청와대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검찰이 10일 이 대통령 가족을 비롯해 청와대 관계자들까지 7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한 것을 두고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이 사건을 종결 처리한 후에도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이 대통령 측이 내야 할 사저 부지 매입 대금을 국가가 부담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청와대는 사저용 부지 463㎡와 경호시설용 부지 2,143㎡를 합친 총 2,606㎡(788평) 규모의 부지 9필지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와 함께 54억원에 사들였고, 시형씨는 그 중 3필지에 대한 대금으로 11억2,000만원을 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지분 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시형씨가 54억원 중 3분의1인 18억원을 부담해야 되고, 당시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19억여원을 부담했어야 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해당 부지의 원 소유자인 유모씨가 개발이 제한된 밭(田)이 섞인 9필지 전체를 54억원에 넘겼고, 이후 대통령실과 시형씨가 각 필지의 성격을 감안해 부담액을 자체 산정했다는 청와대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사저가 들어서면 개발이 가능하게 돼 개발제한을 전제로 한 감정평가로 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는 청와대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경호처는 경호부지가 들어설 밭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면 지가가 상승하게 되고, 주로 대지를 구입한 시형씨보다 지가상승 폭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매매대금을 더 부담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미래가치를 예상해 현재가격을 정한 것은 지극히 자의적인 기준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여전하다.
검찰은 시형씨가 감정평가 기준으로만 볼 때 6억900만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고의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준 것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이 사건 업무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형씨와 대통령실의 지분비율과 매매대금과의 객관적 불균형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형사처벌 대신 관련 공무원의 단순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 대통령 내외가 아들 시형씨의 이름을 빌려 사저 부지를 구매한 데 대한 부동산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청와대 측 해명을 그대로 수용했다. 회사원인 시형씨가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한 번에 낼 만한 경제적 능력이 안 된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검찰은 시형씨가 김윤옥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큰아버지 이상은씨로부터 차용증을 쓰고 6억원을 빌린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출이자도 모두 시형씨가 납부해 부지의 실제 주인이 시형씨로 결론 난 이상, 이 대통령 내외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형씨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부지 매수에 나선 배경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보안 유지가 안 돼 매도인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김인종 전 경호처장의 건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우선 시형씨가 매수한 뒤 나중에 이 대통령 명의로 바꾸려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명의 이전을 할 경우 같은 땅을 두고 시형씨가 냈던 세금을 이 대통령이 또 한 번 납부해야 되고, 시형씨 역시 이전 대가로 다시 세금을 내야 하는 이중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측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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