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회복 계기 마련한 문재인, 그래도 실리 챙긴 김두관, 민주당 경선 흥행으로 긴장하는 안철수"
민주통합당이 9일 전당대회에서 친노그룹의 좌장인 이해찬 후보를 새 대표로 선출함에 따라 야권 대선주자들의 득실과 위상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문재인 상임고문은 벼랑 끝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해찬_박지원 역할분담론'의 한 축으로 지목된 가운데 김한길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계파 나눠먹기'심판 대상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 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내의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이미지를 지키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또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 대표를 든든한 우군으로 두게 됐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란 부정적 평가도 많다. '모바일의 힘'으로 역전한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의 전체 득표 차이가 0.5%포인트에 불과해 '담합론'에 대한 비판기류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이 10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전당대회 후유증 극복을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그는 "이제 큰 승리를 위해 작은 아쉬움은 다 내려놓고 시작하자"면서 "지역이나 계파를 넘어 당이 하나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일에 저를 던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김한길 후보 승리'의 주역으로 부상하려던 기대를 갖고 있던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에게선 아쉬운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상당한 실리를 챙겼다고 할 수 있다. 당내 기반이 미약하던 그의 위상은 한달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김한길 후보가 대구ㆍ경북, 경남 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압승한 배경에 김 지사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손 고문에게는 득과 실이 모두 있었다. 충북과 강원 지역 경선에서 김 후보가 승리한 것은 손 고문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간접적으로 지원한 조정식 후보가 지도부 진출에 실패한 것은 "손 고문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세균ㆍ정동영 상임고문의 경우 다른 주자들에 비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주목을 덜 받아 직접적인 득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당 바깥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을 좀 더 관망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문 고문이 회생 발판을 마련하게 됨에 따라 안 원장이 야권에서 독주체제를 굳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대표 경선 흥행을 통해 문 고문 외에도 손 고문, 김 지사 등을 부각시키면서 자체 대선 후보를 내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됨에 따라 "안 원장이 긴장해야 할 처지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