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대선주자들이 대선을 6개월 10일 앞두고 '룰의 전쟁'에 돌입했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비박(非朴) 진영 주자 3인은 10일 '선(先) 경선 룰 협의, 후(後) 경선 관리위 출범'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후보들 간 사전 협의를 통해 경선 룰이 결정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면서 '조건부 경선 불참'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전히 경선 룰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당 지도부는 11일 예정대로 경선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당 주류 측과 비박 진영의 '강 대 강'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박 주자 3인의 '경선 불참' 배수진
비박 주자 3인의 대리인인 안효대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 김해진 전 특임차관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들의 사전 협의로 경선 룰을 결정한 뒤 후보 등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자신들의 요구대로 경선 룰이 바뀌지 않을 경우 경선 자체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의원과 정 전 대표도 이에 앞서 나란히 기자회견을 갖고 박 전 위원장과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들이 이날 '경선 불참' 카드를 꺼낸 것은 당 지도부가 11일 경선관리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박 주자들이 황우여 대표와의 면담을 거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비박 진영은 경선준비위를 거치지 않고 경선관리위로 바로 넘어갈 경우 자신들의 요구가 더욱 반영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들이 실제 경선에 불참할지는 미지수다. 비박 주자들 간 경선 룰을 둘러싼 대응에 온도 차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의원이 경선 룰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인 반면 김 지사는 상대적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탈당 가능성에 대해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정 전 대표와 김 지사의 경우 차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태희 전 의원은 이날 박 전 위원장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하는 한편 비박 3인방의 주장에 대해선 "떼법 해결 방식"이라고 말하면서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기존 룰 고수 주장하는 박근혜 전 위원장
박 전 위원장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부정적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선수가 룰에 맞춰야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추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한 뒤 지금까지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박 전 위원장 측은 "현행 룰이 오픈프라이머리보다 좋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한 측근은 "현재의 룰이 당심과 민심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만약 오픈프라이머리가 더 좋다고 판단했다면 불리하더라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 정치의 근간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는 게 친박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당내 일각에선 2007년 '경선 트라우마'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이 2007년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경선 룰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다가 양보한 것이 경선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친박계 내부에선 국민 선거인단 확대 등 비박 진영의 주장 일부를 수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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