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공연문화의 상징인 세종문화회관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화 멘토'로 불리는 박인배 사장 취임 이후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 캠프의 정책자문위원회 문화환경분과 위원장을 맡았던 박 사장은 1월 10일 취임한 이후 "세종문화회관을 25개 서울시 자치구와 연계하는 서울 공연예술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9개 예술단이 25개 자치구의 문화예술회관을 순회하며 공연을 선보임과 동시에 지역의 예술 발굴사업에 나섬으로써 공연 생태계의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런 박 사장의 계획에 따라 세종문화회관은 연계사업팀과 문화예술교육팀을 신설하고 사업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9개 산하 예술단에 배정한 2012년 예산 중 25%를 삭감했다. 때문에 뮤지컬단이 5월에 공연할 예정이던 '벌거벗은 임금님'이 취소됐고 오페라단도 4월에 공연 예정이던 '돈 조반니' 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이에 반발한 김효경 서울시 뮤지컬 단장과 박세원 서울시 오페라단 단장은 3월 사임했다.
세종문화회관의 한 관계자는 "하향식 문화예술 공연 발굴이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에 매달려 정작 공연 성수기인 5월에 세종문화회관의 9개 예술단이 자체 공연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올 하반기까지 이런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8년째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광화문 별밤 축제'는 박 사장의 지시로 '2012 광화문 문화마당'으로 바뀌어 5월 5일부터 축소 운영되고 있다. 박 사장은 기존 광화문 별밤 축제의 무대가 너무 높아 광화문 광장을 바라보는 시야를 막는다는 점과 스폰서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 노출이 지나치다는 점 등을 들어 지난 4월 25일 공연 1주일을 앞두고 사업을 취소했다. 대신 공연장을 중앙계단 위쪽의 체임버 홀 앞 잔디 정원인 '세종뜨락'에 소규모로 설치하고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6월 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중앙 계단에는 민중 미술가인 임옥상씨가 '농사와 예술'이란 주제로 제작한 미술작품이 설치된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총장 출신인 박 사장의 정치적 성향과 개인 취향이 지나치게 강하게 세종문화회관의 문화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4월 23일 박 사장은 서울시 뮤지컬 단장에 유인택 군장대 교수를 임명했다.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의 친동생으로 영화제작자로 잘 알려진 유 단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문화계에서는 박 사장과 유 의원의 친분설이 제기되는 등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또 신설된 문화예술교육 팀장에 박 사장이 취임 전 예술감독으로 있던 극단 '현장'의 어연선 대표가 임명된 것을 두고도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의 한 내부 인사는 "세종문화회관 인사추천위원회와 심의위원회에 참여한 인물들 상당수가 박 사장이 직접 선임한 사람들로 구성됐다"며 "인사 추천위원회 위원을 사장이 직접 선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끼리끼리 인사를 나눠 갖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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