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에 조작한 사진을 쓰는 건 매우 심각한 부정 행위입니다. 이런 의혹이 불거졌을 때 대학 등 관련 기관은 모든 조사 과정을 공개해야 해요.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논문 표절 및 철회 감시 웹사이트 '리트랙션 와치(Retraction watch)' 운영자 이반 오랜스키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논문 조작과 같은 연구 부정 행위를 막으려면 연구 윤리를 가르치고,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수경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가 2006년 이후 발표한 논문 14편이 조작 의혹을 받고 있고, 그 중 국제 학술지 <항산화 및 산화 환원신호전달(ars)> 에 실었던 논문 2편이 조작된 사진을 사용해 철회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린 것도 이 웹사이트다. 항산화>
오랜스키는 미국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장을 지낸 인물. 현재 로이터통신의 의학 전문지 '로이터 헬스' 편집장으로 미국 뉴욕대에서 의학 저널리즘 강의도 한다. 그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등에 기고를 해온 프리랜서 애덤 마커스가 2010년 공동 설립한 리트랙션 와치는 그동안 약 100건의 논문 철회 사유를 공개하거나 조작 의혹을 폭로했다. 사이언스> 사이언티픽>
오랜스키는 "사진 조작은 선진국에서 많고, 같은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도 싣는 중복 게재나 표절은 개발도상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연구 부정 행위"라며 이를 막으려면 연구 책임자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앞서나가려는 마음에 데이터 조작을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유혹은 연구자의 생명을 한순간에 끝낼 수 있습니다. 교수는 연구원과 함께 논문에 게재할 사진 하나하나를 신경 써서 보고, 조작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연구를 주로 하는 건 연구원이지만 그 연구를 이끌어 가는 건 교수니까요."
ARS의 논문 검증 시스템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국내 학계와 달리, 그는 신뢰를 표시했다.
"논문이 철회돼도 그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이유를 설명하는 학술지가 드물어 해당 저자는 손쉽게 철회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많아요. 반면 ARS는 조작 의혹이 불거진 두 강 교수에게 신속한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그게 바로 이 학술지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강수경 교수의 논문 2편이 철회된 데 이어 최근 같은 대학 강경선 교수가 이 학술지의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이 조작 의혹을 받자, 국내 학계는 ARS의 논문 검증 시스템이 허술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스키는 현재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하고 있는 조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조사가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 보고서를 보고 조사가 충분했는지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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