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4대 경제대국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이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추락했다. 은행 위기가 정부 부문으로 전이되고 있어 스페인이 이르면 9일 구제기금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7일 스페인의 장기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세 단계 강등했다. BBB는 한국(A+), 폴란드(A-), 슬로베니아(A)보다 낮고 태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멕시코 등과 같은 수준이다. 피치는 스페인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 추가 등급 강등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피치는 ▦은행 구제금융에 천문학적 재정이 들고 ▦은행 구제금융시 스페인의 201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5%로 급등하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점 등을 강등 이유로 제시했다.
스페인의 위기는 그리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 규모가 그리스의 다섯 배에 달해 스페인 한 나라를 살리려면 유로존 가용자금을 몽땅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가 창설한 은행지원기금 재원이 50억유로에 불과한데 방키아은행 한 곳에 들어갈 돈만 190억 유로다. 전체 은행 자본 보강에 투입될 돈은 400억~1,000억유로가 될 전망이다. 치솟는 국채 수익률 탓에 국채 발행이 쉽지 않은 스페인 정부가 은행 연쇄 파산을 막으려면 외부에 손을 벌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은 문제는 구제금융의 규모와 방법이다. 스페인 정부는 유로존이 은행을 직접 도와주는 '약한 형태의 구제금융'을 원한다. 은행만 도와준다면 전면적 구제금융을 받는 수모를 겪지 않고 현 시점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유로존의 판단은 다르다. 필요하면 스페인 정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이 조만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구제기금을 신청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 재무장관이 9일 스페인 구제기금 신청에 대한 전화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8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스페인의 구제기금 신청) 발표가 9일 오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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