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들고 나오는 가방은 'OOO백'이라는 이름으로 빅히트를 친다. 패션업체들은 연예인들에게 가방을 들게 하거나 '신상'(신상품) 의류를 입게 하려고 안달이다.
하지만 그렇게 대박을 친 가방을 들어 사실상 간접광고를 해 준 연예인들이 패션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것은 아니다. 광고비를 받는 곳은 패션마케팅 대행사다. 유명 스타일리스트나 홍보업계, 전직 패션기자 등이 이런 대행사를 세운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연예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는 국내외 패션ㆍ뷰티 브랜드와 연예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스타마케팅 및 의상협찬을 전문으로 하는 별도의 대행사를 설립, 특정 브랜드들을 고객으로 유치해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패션업체들은 매 시즌이 시작되기 전 2월(봄ㆍ여름)과 8월(가을ㆍ겨울) 집중적으로 홍보해야 할 제품들을 스타마케팅 대행사로 보낸다. 그러면 대행사에서는 제품을 진열하고, 친분이 있거나 의상협찬을 요청하는 연예인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을 선정해 준다.
이렇게 고른 신상품을 유명 연예인이 방송이나 영화 시사회 등에 입고 출연하면, 대행사에서는 스타의 사진을 촬영해 온라인 매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배포해 홍보를 한다. 대신 패션업체들은 대행사에 월 수백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낸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앞다퉈 협찬을 받으려 하는 고가 명품 브랜드의 경우, 굳이 홍보비를 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바닥에 질질 끌리는 드레스를 입은 연예인이 실수로 밟아 찢어지는 등 협찬 물품에 손상이 생겼을 경우, 그 옷을 권했던 스타일리스트들이 협찬했던 패션회사에 배상해야 한다.
그렇다고 유명 스타일리스트들의 주된 수입원이 연예인 협찬 마케팅을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스타일리스트의 대부분은 회사를 차리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협찬사가 아닌 스타일을 코치해 주는 연예인이나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직접 스타일링비를 받는다. 김남주, 이미숙, 손예진 등의 스타일을 오랫동안 담당한 김성일씨, 이효리, 김태희, 한효주 등 국내 정상급 여자 연예인들을 책임진 한혜연씨 등이 이런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다.
재미있는 것은 패션업체들이 고소영, 김태희 같은 특A급 톱스타들보다 오히려 다소 편안하고 친근한 매력을 지닌 스타들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배우가 '미시 패션의 대명사' 김남주와 친근한 이미지의 김현주. 인기 드라마 에서 김남주가 들었던 닥스액세서리의 'DD페미닌 백'은 방송 이후 판매 건수가 4배나 늘었다. 또 배우 김현주가 드라마 에서 착용한 질스튜어트액세서리의 '지나백'은 방송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매진돼 추가 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유명 스타들의 패션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라면서 "외국의 경우 이미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나 오스카ㆍ그래미 등 각종 시상식의 레드카펫 의상 전문가인 레이첼 조 등이 자신의 브랜드로 옷을 만들기도 하는 등 스타일리스트들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체계적인 스타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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