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소머즈를 기억하십니까? 요즘의 장애인들이 그렇게 변하고 있어요.”
불의의 사고로 심각한 장애가 왔지만 최첨단 공학의 도움으로 초인이 된 전직 우주비행사 스티브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600만달러의 사나이’를 놀랍게도 장애인에 비유한 이는 이성규(51)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다. “IT(정보기술)와 공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에 영화 속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보조공학기구의 도움으로 장애를 털어내고 각종 직업 현장에서 일반인들과 동등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설명을 들으면 납득이 간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보조공학기기를 맞춤 제작해 무료로 지원하는 사업의 선봉에 서 있다. 가령 프로그래밍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두 팔이 없는 장애인에게 그만의 발가락 키보드를 제작해 능력 발휘할 길을 열어 주는 식이다. 하반신 마비의 교사에게 전동 기립휠체어와 높이 조절 교탁을 만들어줘 감동의 강의를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만 6,600명의 장애인들이 9,000여개의 보조공학기구를 이용해 장애를 극복, 직업 현장에서 일반인과 똑같은 일을 해냈다”며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 확대로 장애인들의 고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업은 복권위원회로부터 매년 받는 80억원의 복권기금으로 이뤄진다. 최근 이 기금으로 수행된 20개 기관의 63개 사업에 대한 성과평가에서 유일하게 ‘매우 우수’ 판정을 받았다. 사업 시작 7년 만에 1등에 등극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최대의 복지가 일자리라는 말은 장애인들에게도 적용된다”며 “보조공학기기로 장애를 제거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학기기를 이용한 장애인들의 탈(脫)장애에도 불구하고 늘지 않는 고용이다. 이 이사장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대기업들은 고용 대신 1인당 월 60만원 가까운 부담금을 내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장애인 고용에 가장 소극적이다”고 지적했다.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의 사업체는 2.5%의 의무고용률을 채워야 하지만 지난해 평균 2.28%를 기록하는데 그쳤어요. 하지만 1,000명 이상 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1.8%에 불과했어요.”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장애인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척박한 장애인의 고용 현실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얕은 인식 때문이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대기업의 인식 정도는 장애 판정을 받아야 할 수준”이라는 게 그의 쓴소리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청각장애인은 소음이 심한 곳에서 배치를 하면 되겠군요’하는 정도의 생각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보다 정교한 보조공학기기 개발도 필요하지만 홍보와 함께 고용 부담금 인상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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