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 충무관의 한 강의실. 육사 교수부의 정태영 중령이 진행하는 '영어강독'시간. 간단한 영어에세이를 읽고 발표하는 수업으로 한 강의실에는 육사(7명), 해사(4명), 공사(3명)의 생도들이 섞여있다. 자군(自軍)을 대표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생도들의 눈빛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들 1학년 생도들은 합동성 강화를 위해 올 2월 시작된'3군 사관학교 통합교육'의 첫 교육생이다. 2월말부터 육사에서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1학년 생도는 201명(육사 93명, 해사 52명, 공사56명)으로 육ㆍ해ㆍ공 사관학교의 생도들은 같은 소대에 편성되고 생활관인 화랑관(4인 1실, 3인 1실)도 나눠쓴다. 입교 전 자군 사관학교에서 8주간 기초교육을 받은 생도들은 다른 두 곳의 사관학교로 이동해 각각 2개월 반씩 교육을 받는 식이다. 이렇게 모든 생도들은 올해 1년 동안 3개 사관학교에서 모두 교육을 받게 된다.
각 군의 문화가 제각각이라 생도들이 물과 기름처럼 겉돌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생도들이 시간이 지나자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있다. 하진수(19ㆍ육사 72기)생도는 "처음에는 타군 생도의 단점만 보였으나 이제는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게 된다"며 "육군 장교라기보다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장교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현(19ㆍ해사 70기) 생도는 "해사는 '얼차려'가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정서가 있는데 육사에 와보니 '얼차려'가 없어 놀랐다"며 "'합동성 교육'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이행했다기보다는 타군 생도들과 함께 고생한 기억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군 사이의 갈등과 알력이 전력강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본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삼군의 합동성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관급 장교들의 재교육기관인 육ㆍ해ㆍ공군대학을 지난해 11월'합동군사대학'체계로 편입시켰고, 각 군의 어학기관을 통합한 '국방어학원'도 12월 문을 연다. 올해 시작된 3군 사관학교 통합교육은 초급장교때부터 각군간 이해를 높여주겠다는 시도다. 홍기표 국방부 교육훈련정책과장은 "초기부터 합동성 마인드를 섭렵하고 각군의 좋은 문화를 서로 전파한다면 야전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학기와 교육기간의 불일치 등 시행초기의 어려움도 차차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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