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북해산 '브렌트유'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선이 끊길 위기에 처한 데다,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면서 기존의 중동산 두바이유에서 영국 노르웨이 등의 북해산 브렌트유로 갈아타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국제유가의 3대 지표 가운데 하나인 브렌트유가 강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 들어 4월까지 영국산 원유 624만 배럴(7억4,489만달러), 노르웨이산은 646만배럴(8억986만달러)을 각각 수입했다. 4개월 만에 지난 한 해 동안의 수입량을 넘어선 것.
물론 이는 여전히 국내 원유 수입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두바이유)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수입 증가세가 가파르다. 그 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영국과 노르웨이 등에서 생산되는 해상 원유인 브렌트유의 생산비가 육상 원유인 두바이유에 비해 비싸 수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수송거리가 두바이유에 비해 너무 먼 것도 원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해부터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중동 정세불안이 가중되면서 원유공급 안정을 위해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여기에 한ㆍEU FTA 효과도 한 몫하고 있다. 북해산 원유에 부과되던 3%의 관세가 철폐돼 45일이나 걸리는 운송비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 상황이 벌어진 것.
현재 브렌트유 수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GS칼텍스. 현재 유럽산 수입 비중이 전체 수입물량의 5%까지 늘었다. 한·EU FTA 발효 직후인 지난해 8월 영국에서 원유 25만배럴을 들여온 후 올 2월엔 초대형 유조선급 두 척 분량인 411만배럴로 늘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을 제외한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도 영국·노르웨이 등 북해산 브렌트유 수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ㆍEU FTA 이후 관세 면에서 이득을 보는 것도 있고, 유종을 다변화할수록 정부가 혜택을 주고 있어 유럽산 수입을 늘리고 있다"며"이런 추세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이 한국 정유업계의 수요 증대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럽 정유업계 관계자를 인용, "지난달 브렌트유 가격을 결정짓는 유종 중 가장 영향력이 큰 포티스(Forties) 유종의 월간 생산량의 4분의 1 이상을 한국 정유업계가 구매했다"고 전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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