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식 때 고깃집 가면 어떻게 해? 먹을 순 없고 안 먹자니 까다롭다고 욕할 것 같은데."
"눈에 띄지만 않으면 돼. 다들 먹느라 관심 없을 거야. 고기 열심히 굽고 상추에 밥과 버섯 싸먹어."
7일 낮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세 명의 학생이 도시락을 먹으며 채식주의자로 사는 고충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교내 식당에 채식 식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채리(채식하는 이화인)'회원들. 학교 안에 채식 음식을 파는 곳이 없어 각자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점심을 해결하던 이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있다. 김하람(식품공학과 08학번)씨는 "육류 가공 식품의 처리 시스템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해 채식을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 대부분 '너 혼자 한다고 뭐가 바뀌냐'고 하는데 이렇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나면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함께 밥을 먹으며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한다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고대 그리스의 식사 문화인'심포지온'에서 비롯된 소셜 다이닝은 식사를 매개로 모르는 사람과도 친교를 맺는 기회를 뜻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파티 문화의 하나로 대중화됐다. 최근 1인 가구가 늘고 바쁜 일정에 쫓겨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우리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혼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이들이 '건강한 식생활'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하며 뭉치는 경우가 많다.
4월 초부터 학교 앞에 채식 문화 공간을 마련 중인 고려대 장하연(경영학과 07학번)씨는 "학생들이 좋은 재료로 만든 식사를 나눠 먹으며 식생활을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셜 다이닝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이들도 있다. 한 명이 이야기 주제와 그에 맞는 식사 자리를 제안하면 관심 있는 이들이 함께 밥을 먹는 프로그램인 '집밥'이 대표적이다. 3월 말 이후 20차례 이상 모임이 이뤄졌는데, 여성들끼리 비빔밥을 먹으며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하거나, 애완견 주인들이 혼자 외식할 때는 먹기 힘든 쌈 정식을 함께 먹는 행사가 진행됐다. '집밥'의 기획자인 박인(26) 대표는 "밥상 문화를 부활시키자는 뜻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종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층 사이에 정보가 늘면서 나쁜 먹을 거리에 대한 대응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