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금리 인하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2008년 말 이후 3년 6개월여 만이다. 그만큼 중국 경기의 하강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지만, 세계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부각하기 위한 조치로서의 성격도 짙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는 7.5%.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당초 “지나치게 보수적인 목표치”라며 실제로는 8%를 웃도는 성적표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껏 중국의 실제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밑돈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파가 중국을 강타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올해 1분기 8.1%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그리스와 스페인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2분기 들어선 7%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지난달 50.4로 전달보다 2.9포인트 급락한 것도 이런 우려를 더욱 키웠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23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기 하방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성장을 더욱 중요한 위치에 둬야 한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경기부양 카드를 조만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솔솔 흘러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급준비율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매우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그만큼 지금 중국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지준율 인하보다 더욱 강력하고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에 가능했다. 그간 중국 정부가 금리에는 손을 대지 않고 지준율만 건드려왔던 것은 자칫 물가를 자극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그런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월에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3.4%를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3.1% 수준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HSBC홀딩스 선 준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부양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이는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반면 물가 우려는 줄어든 덕”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껏 중국이 금리를 여러 차례 올려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책 수단이 풍부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G2(미국ㆍ중국)’로서의 중국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3각축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비틀거리면서 중국은 글로벌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받아온 터. 신민영 부문장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나름의 역할을 요구 받는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단지 중국 경기부양 만이 아니라 세계 경기를 지탱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