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하면 행복할 줄 알았죠? 딱 2주 가지 않던가요?”
혜민(39) 스님의 말이 떨어지자 공감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강의실이 들썩였다. “세속에 찌든 우리가 스님 말씀대로 살기는 정말 힘들다”는 한 학생의 말에 스님은 “행복을 그렇게 계속 ‘토스’만 하면 도대체 언제 행복하겠냐”고 되물었다.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로 있는 혜민 스님이 7일 오후 서울대 강단에 섰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주최한 콜로키움의 강연자로 나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주제로 특강 했다. 최근 9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스님의 책 과 주제가 같다. 유명세답게 250명 정원인 강의실에 4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최인철(심리학과 교수)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은 “성취하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학생들에게 혜민 스님의 메시지가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특강을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관계와 사랑, 감정 조절 등을 주제로 1시간가량 진행된 특강에서 혜민 스님은 “내가 받은 만큼 베풀고,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다른 이의 기쁨에 함께 기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복한 인간관계의 조건’을 정리한 것이다. ‘사랑’에 대한 조언도 했다. “나의 결핍을 상대방을 통해 채우려고 하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관계가 어긋납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성숙한 사랑을 하세요.”
팔로어 18만명을 거느린‘트위터 스타’답게 트위터리안들의 단골 질문도 소개했다. “많은 분들이 제게 화, 분노, 미움 같은 감정들을 잘 다스리지 못하겠다고 토로해요. 그럴 때는 한 발 짝 물러서서 자신의 감정을 잠시 내게 들린 ‘손님’처럼 바라보라고 하죠. 타자화해서 감정을 바라보면 피하고 싶던 그 감정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혜민 스님의 잇따른 ‘현답’(賢答)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현민(19ㆍ사회계열 1년)씨는 “우리 나이는 감정 변화가 심할 때가 많은데 마음 다스리는 현실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황순빈(19ㆍ소비자아동학과 1년)씨는 “스님이 유머 감각도 좋으시고 재치가 있으셔서 더 공감하며 들었다. 기대 이상”이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글·사진=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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