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 투옥돼 20여년간 수감됐던 중국의 반체제 노동 운동가 리왕양(李旺陽·62ㆍ사진)이 6일 후난(湖南)성의 한 병원에서 숨진 채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공안과 병원 측은 그가 목 매 자살한 것이라고 하지만 오랜 수감 생활을 견뎌온 그가 갑자기 자살할 이유가 없다는 게 유가족의 지적이다.
리씨는 5일 후난성 사오양(邵陽)시의 한 병원 병실에서 침대 옆 창틀에 흰 천으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러나 유가족은 발견 당시 리씨의 발이 땅에 닿아 있었다며 관련 사진 등을 제시한 뒤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리씨의 여동생은 홍콩의 케이블 TV를 통해 "감옥에서도 죽지 않았는데 병원에서 자살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평소 자살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리씨의 친구들도 그가 매우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홍콩의 인권·민주주의정보센터(ICHRD)를 포함한 중국의 인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공안요원이 그를 구타한 뒤 자살을 가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콩의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리줘런(李卓人)은 "상황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리씨는 독자적인 노동조합 설립 등을 옹호하다 톈안먼 시위가 진압된 직후인 1989년6월9일 체포돼 반혁명 선전·선동죄로 22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지난해 석방됐다. 이후 그는 눈과 귀에서 이상이 발견되는 등 여러 병세로 치료를 받으며 병원 신세를 졌다. 그는 지난주 한 TV 방송 인터뷰에서 "정의를 향한 투쟁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며 "톈안먼 사건은 공식 재평가돼야 하며 당시 순교한 이들의 영혼도 평화를 찾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