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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도 대물림할 건가/ (하) 대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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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도 대물림할 건가/ (하) 대장암

입력
2012.06.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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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종 떼어 냈으니 괜찮겠지" 안심 금물… '중간암' 경보음

"스트레스 받을 일 생기면 왼쪽 배가 묵직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살살 아프기도 했고요. 변은 보통 때보다 가늘게 새끼손가락처럼 나왔지요. 대충 진통제 사먹고 배에 핫팩 대고 말았는데, 얼마 전엔 이상하게 이런 증상이 오래 가는 거에요. 혹시나 하고 병원에 갔는데, 대장내시경을 권하더라고요. 용종이 두 개나 있었어요."

지난 4월 말 왼쪽 대장에서 용종 둘을 떼낸 강모(53)씨는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60대 후반에 직장암이 생겨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방암과 함께 대장암은 가족력이 중요한 발병 원인으로 밝혀진 대표적인 암이다. 특히 대장암을 앓았던 가족이 얼마나 가까운지, 언제 처음 대장암이 생겼는지가 중요하다.

선종 반 이상 10년 내 암

"돌이켜보니 엄마가 생전에 배 아프단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새벽같이 일어나 농사일하시고 채소 위주로 드셨는데도 혈변(피가 섞여 나오는 대변)이 나왔어요. 직장암 판정 받고 다행히 수술이 잘 돼서 수술 후에도 10년 넘게 건강하게 사셨죠. 엄마 돌아가시고 저도 대장검사 꼬박꼬박 해야겠다 생각은 많았는데,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강씨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건 이번 용종 수술 직전 말고는 10년쯤 전이다. 당시엔 깨끗했는데, 그새 용종이 덜커덕 두 개나 자리 잡은 것이다. 게다가 둘 중 하나는 지름이 1cm 가까이 되는 선종이었다. 용종의 일종인 선종은 보통 반 이상이 10년 안에 암으로 진행된다. 몇 년 더 있었으면 강씨에게도 자칫 암이 생겼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내시경 후에 찍은 사진을 확인하니까 선종이 정말 도드라져 보이던데요. 좀 놀라긴 했지만, 두렵거나 하진 않았어요. 요즘은 워낙 암도 많은데다 용종 수술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언니오빠들이 좀 걱정되죠."

강씨는 8남매 중 막내다. 아직까진 형제자매 중에 대장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강씨뿐이지만, 다들 정기적으로 대장검사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염려스럽다.

강씨의 주치의인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는 "부모, 형제자매 같은 1차 혈연관계 중 한 명에 대장암이 생겼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2, 3배, 두 명 이상에 생겼으면 3, 4배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대장암은 발병 나이가 특히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1차 혈연관계에서 한 명이라도 50세 미만일 때 대장암이 생겼으면 대장암 위험은 바로 3, 4배로 뛴다"며 "젊은 나이에 발병할수록 암의 진행 속도도 빠르고 가족들에게도 같은 병이 생길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족 중 선종 있으면 마흔부터 검사

대장암을 앓은 가족이 있으면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수다. 전문의들은 부모나 형제자매 중 60세 이후에 대장암이나 선종이 발견된 사람이 있으면 40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작해 10년 간격으로 반복하라고 권한다. 강씨는 검사 시작이 약간 늦은 셈이다. 또 부모나 형제자매 중 2명이 대장암인 경우, 1명이 60세 이전에 대장암이나 선종이 생긴 경우에는 40세부터 대장내시경을 시작해 5년 간격으로 반복하라는 게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강씨의 자녀들은 이에 해당된다.

용종을 뗐다고 암 발병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수술 후에도 정기적으로 5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올 초 대한소화기학회를 비롯해 대장암 관련 학회들이 함께 만든 용종 절제 후의 대장내시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선종이 3개 이상 있었거나, 하나라도 1cm가 넘은 선종이 있었거나, 형태가 좋지 않은 용종이 있었다면 3년 주기로 검사하는 게 좋다.

이렇게 전문의들이 권하는 추적 기간 이내에 암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다. 예를 들어 용종을 떼낸 사람이 대장내시경 정기검사를 한 지 5년이 안 됐는데 갑자기 암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암을 학계에선 '중간암'이라고 부른다. 박 교수는 "최근 대장암 학계의 화두가 바로 중간암"이라며 "생기는 과정이 보통 암과 다르고 자라는 속도도 훨씬 빠르며, 오른쪽 대장에 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결국 암도 환자마다 발병 위험도가 다르니 맞춤관리가 중요하다. 박 교수는 "우리 병원에선 올 3월부터 대장폴립클리닉을 개설해 환자마다 대장암 위험도에 따라 추적검사를 받아야 할 적절한 시기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야외활동도 대장암 예방

용종을 떼낸 뒤 강씨네 가족에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원래 강씨 부부와 아이들 모두 맵고 짠 음식을 좋아했다. 아무래도 식구들이 좋아하는 식단 위주로 상을 차리게 되니 김치와 찌개를 유독 많이 먹었다. 그런데 요즘엔 엄마 건강이 걱정되는지 기특하게도 아이들이 먼저 우리 좀 싱겁게 먹자고 나선다.

강씨는 또 짬을 내서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용종 절제 전엔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복부비만을 막고 몸무게를 줄이는 일반적인 효과 말고도 대장 건강에 운동이나 야외활동이 꼭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햇빛을 받아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D가 음식으로 섭취한 칼슘이 몸에 잘 흡수되게 돕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체내에 잘 흡수된 칼슘은 항암작용을 한다"며 "실제로 미국의 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일조량이 많은 지방보다 비가 많이 오는 지방에서 대장암이 더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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