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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 '속끓는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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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 '속끓는 6월'

입력
2012.06.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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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문화재의 보호와 관리에 관한 국가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려는 움직임에 고고학계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대학박물관협회 등 11개 학술단체와 발굴기관 모임인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는 5일과 7일 각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지자체가 문화재 보존보다 지역 개발에 관심이 더 많아 문화재를 걸림돌로 여기는 마당에 매장문화재의 운명을 지자체에 맡기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매장문화재의 발굴 허가권, 조사기관의 등록 관리권, 발굴된 유물의 국가 귀속 처리권을 지자체에 이관하려고 추진 중이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조사기관의 등록과 등록 취소, 유물을 국가에 넘길 것이냐 여부와 어디에 둘 것이냐를 모두 지자체가 결정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 안건은 지난달 18일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실무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13일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 재가를 받고 바로 관련법을 고쳐 시행하게 된다. 그동안 문화재청이 해온 핵심 업무가 지자체로 넘어가는 것이다.

매장문화재 발굴은 그동안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왔다. 무분별한 발굴로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매장문화재가 있는 곳은 발굴할 수 없다'는 규정 아래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발굴을 허가하고 있다. 발굴 허가는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해서 결정해 왔다.

고고학계가 특히 염려하는 것은 발굴 허가권과 조사기관 등록 관리권의 지방 이양이다.

고고학계 11개 단체는 7일 공동 성명에서 "매장문화재 보존 관리의 핵심인 발굴 허가권을 지방 정부에 맡기면, 지역 개발을 앞세워 문화재를 파괴하는 쪽으로 허가를 남발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발굴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조사기관은 엄정한 기준에 따라 관리되어야 하는데, 개발에 관련된 각종 이해가 엇갈리는 지자체는 그런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조사기관의 등록 관리권을 지방에 넘기는 것에 반대했다.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도 5일 성명을 발표, "각종 개발사업의 승인권자이자 시행자이기도 한 지자체가 발굴 허가권과 조사기관 등록 관리권 등 매장문화재 조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독차지하게 되면 개발 논리에 문화재가 훼손되는 상황이 생겨도 통제할 길이 없다"며 반대했다. 조사기관으로서는 등록과 취소 등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결국 개발 논리 등 지자체 입맛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매장문화재의 발굴 허가권을 지방에 넘기는 문제는 2007년에도 논란이 있었다. 문화재청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발굴 수요가 폭증하자 문화재청장이 고시하는 사업 중 일부는 발굴 허가권을 지자체장에게 위임하는 것이 검토됐으나 고고학계가 크게 반발해 무산됐다.

지자체가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를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느냐도 문제다. 전문 인력과 예산을 갖춘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 성명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면서, "아직 시기상조다. 단계적으로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지자체와 관련기관의 의견을 물었을 때도 같은 이유로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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