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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화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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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화의 색깔

입력
2012.06.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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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그 사회가 가진 지적ㆍ도덕적ㆍ문화적 토양을 과연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시키는가에 따라 발전의 길을, 그 반대의 길을 갈수도 있다."

역사철학자 알렉시스 디 토크빌이 1830년대 저서에서 역설한 말이다.

당시 미국을 연구하던 그의 눈에 비친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질곡의 우리 민주주의 역사만큼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는 이 책에서 사회가 안고 있는 계층간의 분열과 갈등, 양극화 문제점을 일반적 상식이 통용되는 다양한 협의와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이 민주주의 발전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200여 년이 지난 시대의 고전을 언급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민주화 논쟁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종북(從北)세력의 민주화에서부터 경제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민주화가 난무하는 형국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는 보수ㆍ진보간의 첨예한 갈등과 분열로 점철됐지만 나름의 사회ㆍ정치적 발전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다. 그러나 진보의 탈을 쓰고, 주체사상에 물든 종북세력이 국민대표로 국회 입성한 도착적 상황이 연출되면서 민주주의는 도전에 직면했다. 종북논란의 핵심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 책임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 받자"이는 박정희 정권이 1974년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민주인사를 살인한 것과 같은'입법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강변한 그는 "정의감이 불타는 20대 운동권의 심정으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미동맹 해체, 북의 대남전략인 주한미군 철수 등을 내세운 통합진보당의 노선은 자유로운 진보이념으로도 한 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살인의 추억'과 같이 주체사상과 종북을 합리화하기 위한 위장된 민주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종북의 궁극적 관점이 무엇인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그는 1989년 불법 방북과 관련해 총리실 산하 민주화보상심의 위원회에 명예회복을 신청했다.'통일의 꽃'임수경은 당시 김일성 수령을 '아버지'라고 불렀지만 자신의 방북은 통일운동이자 민주화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지옥을 벗어난 탈북자들을 '변절자'로 몰아붙인 그가 생각하는 민주화는 3대 세습왕조독재가 자유를 억압하고, 인민을 굶겨 죽이며, 인권을 짓밟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그 민주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권의 색깔 논쟁이 신매카시즘을 유발하더라도 이번을 계기로 주사파 세력과 건전한 진보좌파를 가려 정리할 수 있다면 민주주의는 또 하나 성과를 얻는 셈이다.

민주화 논쟁은 최근 경제계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한 목소리로 경제 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정치권은 경제 민주화의 주적(主敵)으로 재벌을 지목했다. 민주화는 분노를 유발하는 적이 있고, 이에 대한 창조적 파괴 실현을 추구한다. 한국경제 성장을 이끈 재벌기업들이 졸지에 민주화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성장해도 고용이 안되고, 중산층이 약화되고, 양극화 문제가 심화하면서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수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재벌개혁이 핵심이라는 인식은 민주화라는 정치적 미명으로 포장됐다. 그러나 경제적 의사결정에 정치적 의도를 가진 민주주의 원리를 적용할 수는 있는 건가. 경제 민주화는 경제활동에서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경제적 평등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경제개입이 강화되고,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을 지원하는 사회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이는 민주화의 또 다른 색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경제는 경제논리대로 움직여야 한다. 민주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오히려 기회와 경쟁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시장경제의 보완이 시급하다. 다양한 소통과 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경제에 민주화를 접목시킨다면 경제건 정치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장학만 사회부 차장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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