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기관인 국가문물국이 만리장성의 길이를 새로 조사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만리장성이 서쪽으로 현재의 신장 위구르자치주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지린(吉林)성을 넘어 헤이룽장(黑龍江)성까지 총 2만1,000여km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만리장성에 대한 학계의 오랜 정설은 서쪽 깐수(甘肅)성에서부터 베이징 동쪽의 허베이(河北)성까지의 6,300여km였다. 중국이 2009년 이를 동쪽으로 압록강변 단둥(丹東) 주변까지 8,800km로 연장한 지 불과 3년 만에 다시 스스로의 결론을 전면적으로 뒤집어 2배가 넘게 장성의 길이를 억지로 늘린 것이다.
중국이 3년 전 겨우 2,500km 연장 발표했을 때도 큰 비웃음을 샀다. 그 때 동쪽 끝이라고 발표한 지점은 3세기 경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의 박작성 유적지였다. 중국이 북방민족의 침탈에 시달리다 못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은 성이 만리장성일진대, 거꾸로 고구려가 중국의 침입을 경계해 만든 성이 만리장성이 된 희한한 모순을 범하고도 태연했다. 그런 중국인만큼 이번의 '5만리장성' 강변(强辯)도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문제는 뻔히 들여다보이는 속내다.
말할 것도 없이 현재 중국 국경선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동북공정의 연장선이다. 만리장성을 이런 식으로 연장하면 한반도 역사의 엄연한 실체인 고조선, 고구려는 물론 발해까지도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역사를 정치적 목적의 하위요소로 다루는 중국의 태도로 보아 결국은 만리장성을 태평양 연안 블라디보스톡까지 늘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판이다.
우리 정부는 2004년 중국의 역사왜곡에 강력히 항의, 일시적이나마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식으로 표기된 교과서 등을 일부 수정토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금으로선 중국 정부는 물론, 학계에도 학자다운 태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우리 학계와 언론, 정부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정밀한 학문적 성과와 합리적 근거를 통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이 유효한 대응책일 수밖에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