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춤이 있다. 벨리댄스, 스포츠댄스, 사교댄스 등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춤을 골라 춘다. 대부분 흥을 돋우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히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추는 춤도 있다. 이른바 구도(求道)를 위한 춤. 인도 고전 무용인 '오디시'가 대표적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 춤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는 무용수 금빛나(34)씨다. 금씨가 오디시를 배우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린 책, <달ㆍ비ㆍ잠> 을 최근 냈다. 금씨는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디시를 추며 던진 질문과 깨달음을 기록한 책"이라며 "자신의 길을 찾아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책에는 인도에서 오디시를 배운 7년의 여정이 녹아 있다. 달ㆍ비ㆍ잠>
금씨와 오디시의 만남은 대학원 시절에 시작됐다. "대학(서강대 불문과 97학번)을 졸업하고도 진로를 정하지 못해 진학한 대학원(종교학)에서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거에요." 학점은 바닥을 기고 집으론 학사경고장이 날아들었다. 그는 "'나는 누구일까'라는 의문을 품고 살던 2002년 어느 날 우연히 본 인도 영화에서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의 인도 무희들의 춤을 봤다"며 "하지만 그게 무슨 춤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오디시와의 첫 만남은 강렬했지만 그렇게 끝이 났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었지만 계속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리랑카로 갔다. "불교 공부 중 한 동안 잊고 지내던 그 춤이 오디시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오디시 대가들이 모여 산다는 인도로 다시 짐을 쌌지요."
그게 2005년 4월의 일이다. 오디시는 인도의 고전 무용 8개 중 하나로 인도 북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춤이다. 우아한 몸짓의 아름다운 곡선 동작으로 힌두 신화를 풀어낸 것으로 한국의 태권도 만큼이나 대중적이다.
그는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생활하며 춤을 하나하나 배웠다"며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통해 좀더 깊숙한 내 자신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2010년 12월 현지 스승과 관객들 앞에서 가진 단독 오디시 공연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극찬이 이어진 무대였죠." 무용 뿐 아니라 오디시 보컬과 오디시 타악기 연주 능력까지 갖추자 현지 언론의 찬사까지 쏟아졌다. 지금은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오디시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오디시는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한번 춰 보실래요?"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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