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23)씨는 1년 전 다단계에 빠진 친구를 빼내오겠다며 호기롭게 ‘웰빙테크’라는 다단계업체 사무실을 찾아갔다. 단정한 양복 차림의 상위 판매원은 웃는 얼굴로 A씨에게 “이 회사에 대한 인식이 안 좋죠”라며 말을 걸었다. 아예 대화를 거절했어야 했는데, “예”라고 답한 게 화근이었다.
판매원은 말문을 트자 자신이 매달 1,000만원 이상 벌고 다른 사람들도 500만원 이상은 번다며 통장 등 서류를 보여줬고 A씨의 마음은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회원 가입을 위해 이 업체 소개로 600만원을 대출받았고, 지금은 빚이 1,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웰빙테크는 이런 방법으로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판매원 2만1,000여명에게 1,007억원을 뜯어냈다. 이 업체는 서울 서초구에 본점을 두고 부산과 울산 등 전국 7개 지점과 17개 교육센터를 두고 있다. 전체 판매원 2만9,000여명 가운데 25세 이하가 70%를 넘는 전형적인 대학생 다단계업체다.
이 업체 상위 판매원은 설명회에 찾아온 대학생들을 밤 늦게까지 교육시킨 뒤 찜질방에 데려가 옷장 열쇠를 숨기는 등의 방법으로 회원 가입을 강요했다. 또한 가입비 명목으로 1인당 500만~600만원을 내야 한다며 불법 대출을 알선했고, 물건을 판매한 즉시 포장을 뜯게 하는 등의 교묘한 방법으로 반품을 방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웰빙테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4억4,7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업체가 2002년 서울시에 등록하고 특수판매공제조합에 가입해 겉으로 보기에는 합법적인 듯하지만, 판매원 모집과 거래 강요 등 각종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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