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카드업계는 위기다.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고, 금융당국의 규제로 양적 팽창도 쉽지 않다. 더구나 신용카드수가 1억장을 훨씬 넘어서면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카드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저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특히 카드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모바일카드와 체크카드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혈투가 예상된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이재우 사장은 프리미엄 카드 회원 확대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는 "이미 확보한 양적 고객 기반을 질적으로 견고하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프리미엄카드 회원수 700만명, 주(主) 이용 회원수 500만명을 뜻하는 '프리미엄 5070'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미래 트렌드를 주도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카드 등에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올해 초 대다수 기업들이 부서 평가 등에 활용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없앴다. 기업 활동을 지표화해서 객관적인 관리가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표 달성에 연연하느라 본질은 사라지고 숫자만 남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정 사장은 특히 '현대카드스러움'을 더욱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애플이 '애플스럽다'라는 표현을 만들어냈듯, 다른 카드사, 다른 금융회사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단지 광고만이 아니라 상품, 서비스, 심지어 배송되는 청구서에까지 현대카드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담는다는 계획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 삼성전자 등에서 경영 혁신을 주도했던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카드업계에도 형식 파괴 붐을 일으키고 있다. 2010년 말 취임과 동시에 경영혁신팀을 경영혁신실로 승격했는가 하면, 결재판을 없애고 핵심만 한 장 정도로 간략히 요약해 보고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반복적이고 형식적인 작업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카드와 마찬가지로 삼성카드 역시 모바일 사업 기반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스마트폰으로 카드 결제뿐 아니라 각종 제휴사가 제공하는 멤버십 카드, 쿠폰 서비스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전자지갑 'm포켓'을 선보인 데 이어 향후 중소 가맹점의 참여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이종호 비씨카드 사장은 최근 '비씨 3.0 경영'을 선포했다. 카드산업의 변화에 대응해 경영 혁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내 카드사 최초로 최근 '신용카드 영수증 미출력 제도'를 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환경 보호는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역시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창업 제2기'를 선언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용과 체크 기능이 복합된 상품 개발에 착수해 체크카드 서비스 고급화에 주력하고, 연내 모바일 전용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3월 취임한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은 막강한 계열사 네트워크를 승부수로 띄우고 있다. 대주주인 하나은행과 대출, 예금, 카드를 하나로 묶는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이번에 한솥밥을 먹게 된 외환은행 카드사업 부문과의 시너지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대주주인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SK에너지, SK네크웍스 등으로 협력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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