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위기의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우리 정부도 상황별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경제부처의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필요하면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와 달리 선제 대응에 나설 정책 여력이 커 보이진 않는다.
정부는 우선 대외 요인에 따라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는 금융시장의 급격한 충격을 낮추는 금융 분야 대책을 고려해볼 수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미 밝혔듯이 주가 하락을 악용하는 공매도 관련 정보 공개와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투기적 상품에 대한 감시 강화, 연기금의 주식 매수 등이 단골 메뉴로 꼽힌다.
시장 충격이 단기적인 출렁임을 넘어 신용경색 양상으로 번질 경우에 대비해 본격적인 외화유동성 안전망 구축도 필수적이다. 지난해 과도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외환 관련 '3종 세트'를 재정비하고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라인도 재개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외환건전성은 상황별 외화유출 가능성과 규모를 측정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로존 위기가 금융 분야를 넘어 실물에까지 타격을 미칠 경우엔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가경제 전체의 추락을 막기 위한 최후의 카드는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같은 거시대책 차원의 '큰 칼'이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앞 단계로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보증 확대 카드가 거론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신보가 보증 규모를 46조원까지 대폭 늘려 부도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을 지원한 바 있다. 박재완 장관이 올해 하반기 각종 기금 증액 방침을 밝혔지만, 위기가 더 심각해진다면 국회 동의 하에 특별증액으로 규모를 더 키울 수도 있다.
최종 수단인 추경예산 편성의 경우 의외의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와 독일, 중국 등이 합의한 것처럼, 글로벌 경기부양을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여력이 있는 나라들이 내수 진작책을 약속할 경우 '대외적 요인'에 의해 추경이 편성될 여지도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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