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저씨, 저건 누구 그림이죠?”
5일 오전 경기 포천시 내촌면 포천경찰서 1층 민원실을 찾은 30대 여성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가리킨 벽에는 가로 90㎝에 세로 60㎝인 유화 한 점이 걸려 있었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던 정동석(42) 경사는 준비라도 한 듯 설명을 쏟아냈다. “인도에서 20년간 작품활동을 한 정인자 화백 그림입니다. 인도의 신화에서 얻은 모티브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했죠.”
포천서 민원실에서는 미술관에서나 나눌 법한 이런 대화가 심심치 않게 오간다. 한쪽 벽에 꾸민 ‘작은 갤러리’가 경직된 경찰서 분위기를 확 바꾼 것이다.
작은 갤러리는 올 4월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로 경찰서 민원실에 꾸민 갤러리는 민원실장인 김정택(55) 경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김 경위는 주민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고민하다 갤러리를 떠올렸다. 최근 서예를 시작한 그는 친하게 지내는 포천예술인동호회에 이런 생각을 전했다. 예술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환영하며 무료로 작품들을 빌려줬다.
이렇게 해서 민원안내판은 한쪽으로 옮겨지고, 김 경위의 서예 한 점을 비롯 한국화, 유화 등 12점의 작품이 작은 갤러리에 걸렸다. 지루하지 않도록 작품들은 약 한 달 간격으로 교체된다. 김 경위는 “미술작품을 통해 왠지 가기 꺼려지고 정서가 메마른 듯한 경찰서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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