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무성한 계절에 걷기만큼 어울리는 운동도 없다. 걸으며 보는 세상은 느리지만 치유가 있고, 예기치 못한 ‘나를 만나는 여행’도 만끽할 수 있다. 힘들여 멀리 가지 않고, 쉽게 걸으면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좋은 길’이 경기도에 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길
옛 성곽이 현재의 생활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수원 화성. 성곽 둘레는 5.7㎞로 걷기에 큰 부담이 없다. 걷다 지치면 정자와 누각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는 것도 좋다.
남양주 운길산 정상 부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수종사. 다산 정약용 선생이 “호남 땅에 사찰들이 수백 개가 된다 하나, 나는 듯한 수종 누각 이 하나만 못하리라”라고 시를 읊었을 정도로 수종사는 문장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조금은 가파른 산행이 될 수 있지만, 산사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산길의 묘미와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자연과 벗하며 걷는 길
고만고만한 휴양림에 지쳤다면 아직 사람의 때를 덜 탄 양평 산음휴양림이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전나무와 자작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원시림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남한강을 따라 즐비한 유적과 옛이야기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여주 여강길은 마음을 내려놓고 몸이 가는 대로 느리게 걸어보기에 좋다. 여강길 코스는 옛나루터길(15.4km), 세물머리길(17.4km), 바위늪구비길(22.2km)로 나뉜다.
도심과 인접한 오산 독산성 삼림욕장에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의자와 각종 모험시설이 있고 야외에 탁자가 많아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준비돼 있다.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적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눈이 호사스런 산책길
에버랜드 가로숫길을 지나 호암미술관 내로 들어서면 한국 전통정원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앞에는 호암정과 네모 반듯한 연못이 있고 석탑, 불상, 자명등 등이 어우러져 한국정원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길이다.
안양예술공원은 세계적인 예술 거장들의 작품이 삼성천과 삼성산 등산로 주변에 설치돼 있다. 작품 52점이 고정 전시되고 2년마다 기획전시가 열린다. 예술의 권위 따윈 찾아볼 수 없고 사람과 작품이 어우러진 자연 속 갤러리를 마음껏 거닐 수 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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