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 편지'를 공개했던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편지의 전달자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지목했다. 은 전 위원은 편지가 공개됐던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법률지원단장과 BBK사건 대책팀장이었다. 이명박 후보 캠프, 나아가 한나라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사건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던 홍 전 대표가 한 장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편지는 BBK의혹을 제기한 김경준(수감 중)씨와 미국 LA감옥에 함께 수감돼 있던 신경화씨가 쓴 걸로 돼있었다. 신씨는 편지에서 "자네(김경준)가 큰집(노무현 정권 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 하라"고 썼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를 근거로 당시 청와대와 여권(대통합민주신당)이 이 후보의 낙선을 위해 김경준씨를 '기획입국'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에 편지의 실제 작성자는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로 밝혀졌다. 신명씨는 지난 3월 중국에서 특파원들에게 "대학 때부터 절친한 관계였던 모 대학 교직원 양모씨가 어디선가 편지를 써와 대필을 제안해 베껴 쓴 것"이라고 털어놨다. 신씨는 "양씨가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번 일을 조정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고도 말했다. 신씨의 주장대로라면 지난 대선 때 이 후보 측과 한나라당은 BBK사건의 파문을 줄이기 위해 노무현 정권이 김씨를 계획적으로 입국 시킨 것처럼 꾸미는 정치적 공작을 편 것이 된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여야의 고발로 수사를 벌인 끝에 "기획입국설 폭로는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린바 있다. 대선 때면 대선후보와 정당간의 과열경쟁으로 갖가지 정치공작이 되풀이돼온 게 우리의 후진적 선거문화다. 연말 대선에서도 이러한 행태가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검찰은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해서 다시는 공작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 사건의 몸통이 누군지 철저히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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