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2인자 아부 야히야 알리비가 미국 무인공격기 드론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알리비는 사실상 알카에다를 이끌어온 인물로 미국은 이번 작전을 지난해 5월 오사마 빈라덴 제거 이후 최대 성과로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드론의 공격은 4일(현지시간) 아침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 지역에서 이뤄졌다.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인 이곳은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주요 근거지 중 하나다. 드론 공격 직후 이 지역에서는 알리비가 사망하거나 다쳤다는 얘기가 빠르게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비는 앞서 2009년에도 사망했다는 소문이 났지만 이후 건재를 과시했다. 미국은 인공위성과 감청장비 등 첩보력을 총동원해 그를 추적했고 5일 저녁 작전 성공을 확인했다. 파키스탄 정보 관계자도 알리비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의 시신을 식별한 방법 등은 밝히지 않았다. NYT는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해 이 공격으로 3~5명의 무장 조직원이 숨졌으며 민간인 사망자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BBC방송은 알리비를 포함해 1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몇 주 사이 일곱 차례나 드론의 공격이 이어졌다. 미국이 자세한 작전 경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이 드물었기 때문에 미국이 그의 소재를 확인하고 공격을 집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테러전문가 이반 콜만은 "빈라덴 제거 때와 마찬가지로 메시지 연락책을 추적해 소재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영상물을 자주 활용한) 알리비 추적에 비디오테이프가 활용됐을 수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알리비의 사망에 미국은 고무된 분위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알리비는 알카에다의 작전을 총괄했던 인물"이라며 "알카에다의 소멸이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알리비는 미국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아프간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 수감돼 있던 그는 2005년 탈출에 성공했다. 알리비는 당시 동료 3명과 돌로 경비병을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 후 그는 영상물에 출연해 수감 생활 중 경험한 미군을 겁먹고 패배적이며 소외된 모습으로 묘사해 미국의 신경을 긁었다. 이후 미국은 그의 목에 1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1963년 리비아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알리비는 탈출 후 알카에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조직 내에서 빠르게 입지를 굳힌 그는 빈라덴 사후 알카에다를 이끌어온 아이만 알자와히리에 이은 2인자에 올랐다. 그는 2인자였지만 파키스탄 등에서 벌이는 일상적인 작전을 지휘하고 해외지부와의 연락을 총괄해 사실상 지도자 역할을 했다. 17편에 달하는 영상물을 제작한 그는 '미디어 천재'로도 통했다. NYT는 알리비가 '알카에다의 사실상 전부'였다고 전했다.
이번 작전은 대테러전에서 드론의 효율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알리비는 미국이 드론을 사용해 제거한 최고위급 알카에다 인사로 기록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군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드론의 사용을 선호해왔다. 파키스탄 등은 드론의 자국 내 작전이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드론의 출격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애론 데이비드 밀러 연구원은 "알리비의 사망이 오바마를 대테러전쟁을 이끄는 지도자로 만들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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