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불쌍한 내 손주."
6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친구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지난 2일 투신자살한 김모(16)군의 발인을 앞두고 김군의 할머니 최모(74)씨는 통곡했다. "차라리 병으로 죽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그 동안 손주가 얼마나 힘들었을 까. 새 축구화도 한 번 신어보지 못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새 축구화는 김군 아버지가 지난달 28일 사 주었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신지 않은 것이다. 일부 유족들은 투신 당일 오전에도 축구를 했지만, 혹시라도 뺏길 것을 우려해 착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를 부축하던 다른 유족들도 참던 눈물을 끝내 터뜨렸다. 김군의 아버지(45)는 안치실 입구에서 아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평소 아들이 겪어 온 고통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데 대해 자책하는 듯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장례식장을 찾은 몇몇 김군 친구들은 "평소 공부도 잘하고 쾌활했다"며"매일 같이 공부하고 놀면서도 속으로는 그렇게 고통스러워했는지 몰랐다"거 울먹거렸다.
오전 9시 조금 넘어 김군의 관은 영구차에 실렸다. 40분쯤 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대구시화장장에 도착한 김군의 관은 오전 11시쯤 화장로에 들어가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유족들은 유골을 경북 영천시 은해사 인근 수목장터 나무 아래 묻었다.
김군은 경찰 조사 결과 투신 당일 오전 축구를 한 뒤 3년여 전부터 괴롭혀 온 C군으로부터 "저녁에 학교로 나오라"는 호출을 받고 고민하다 다시 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당일 김군의 휴대폰 카카오톡에 _너 죽으려는 것은 아니지. "오늘, 다 끝날 듯, 하네요. 제가 죽든, 도망 가려고요." _꼭 싸워야겠냐. "나오래요. 밤에, 학교로, 때리겠죠" _무슨 이유로. "깝쳤대요(까불었대요)"라는 대화 내용이 남아 있었다.
김군은 당일 오후 4시27분 카톡 대화를 마친 뒤 집을 나가 인근 아파트 15층에서 내린 뒤 투신한 밤 7시5분까지 2시간 38분 동안 가해학생과 싸울 것인지, 그냥 맞을 것인지 고민하다 결국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C군에게 저항하고 싶었지만, 키가 15㎝나 차이가 날 청도로 체격차이가 커 스스로'탈출구'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투신 당일 축구시합 후 PC방에서 온라인축구게임을 한 뒤 C군이 욕설을 퍼부었고, C군의 PC방 이용료까지 김군이 낸 사실을 확인했다. 또 모 초등학교 앞 폐쇄회로TV 분석을 통해 김군이 큰 가방을 메고 있고, 누군가가 김군에게 옷을 던지는 등 부하처럼 부리는 장면도 확인했다.
한편 경찰은 6일 C군의 집을 찾아가 조사를 시도했지만, 부모가 "수면제를 먹고 잔다"며 조사를 늦출 것을 요구해 조사에 실패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7일 C군이 이미 예약한 정신과 진료를 마치면 경찰서로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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