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단계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건설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공정위가 19개 건설사를 상대로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어 건설노조가 4대강 참여업체의 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가 불거지면서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업체의 감독 공무원 뇌물수수 수사를 비자금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공사 수주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만성 불황에 시달리는 건설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린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일 제재를 받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SK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19개 건설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과징금만이 문제가 아니라 업체당 최장 6개월간 공공입찰 제한을 받을 수 있어 향후 손실도 크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들은 공정위가 문제를 삼은 담합에 대해서 “업체 회합은 4대강 사업이 공공공사로 발주되기 전 민자사업인 한반도대운하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자리였고, 담합이 성립되려면 입찰을 방해했거나 공사비를 올리려는 목적이 있고 담합 결과 이득을 봐야 하지만 이련 요건에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A사 관계자는 “국책사업이라 손해를 감수하며 동참했는데 그 결과가 담합판정 등 제재뿐”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누가 국책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냐”고 하소연했다.
해당 업체들은 공정위의 조치에 소송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올 초 조달청이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서류를 허위로 조작했다며 일부 건설사들에 대해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내리자, 조달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B사 관계자는 “과징금은 부과취소소송을, 입찰제한에는 가처분 신청을, 공정위 결정에는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해외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치열한 국제 건설공사 수주경쟁에서 경쟁국 기업들이 한국 업체의 담합판정을 부각시켜 도덕성 훼손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침체로 해외 진출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건설사들에겐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치권 등에서 국정조사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이미 과징금이 부과된 만큼 세무조사와 함께 검찰수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건설사들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특히 전국건설노조 등 시민사회단체가 4대강 공사 현장에서 건설업체들이 공사대금을 인부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꾸민 뒤 되돌려 받은 사례를 폭로하고 나섰다. 결국 낙동강 칠곡보 건설 담당 시공사와 관리ㆍ감독을 맡은 공무원 사이의 뇌물 수사로 시작된 검찰의 수사는 담합에 이어 비자금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정위의 담합 발표로 4대강 청문회가 필요한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며 “민주통합당은 반드시 4대강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추악한 비리와 부정, 환경 재앙의 산물인지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해 4대강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시련은 연말 대선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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