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암(癌)’으로 불리는 독과점 구조가 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느슨한 제재와 과거 개발시대의 사고방식이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권고가 나왔다.
6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진양수 연구위원이 발표한 ‘독과점구조 심화와 경쟁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3개 업체가 관련 시장의 75% 이상 점유한 산업들(광업ㆍ제조업 분야 기준)의 비중은 2002년 47.6%에서 2009년 55.4%로 상승했다.
반면 2007~2009년 독과점 고착 산업 내 해외개방도와 연구ㆍ개발(R&D) 투자비율은 전체 광업ㆍ제조업 평균보다 각각 2~3%포인트, 0.3~0.6%포인트씩 낮았으나 영업이익률은 0.5~0.9%포인트 높았다. 국내나 대외적으로 경쟁은 덜 한데도 이익은 남들보다 많이 남겼다는 의미다. 결국 이런 독과점 구조는 정유, 설탕, 커피, 항공 등의 분야에서 상위 업체간 담합으로 이어져 2003~2008년 독과점 산업의 소비재가격 상승률(24.8%)은 전체 소비자물가(16.8%)보다 50%나 더 올랐다.
이처럼 폐해가 심각한 독과점 암세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뭘까. 보고서는 우선 느슨한 규제를 지목했다. 현행법상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담합을 적발하면 관련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지만, 실제 부과 액수는 훨씬 낮은 게 현실이다. 유럽연합(EU)은 총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미국은 기업뿐 아니라 관련된 개인까지 처벌한다. 공정위에 경쟁 위반 혐의에 대한 강제조사권이 없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또 다른 원인은 정부나 기업 모두 특정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 아래 각종 불법을 눈감아줬던 과거 개발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요즘도 규제 완화 운운하며 기존 사업영역을 보호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가스산업의 배관망이나 정유사들이 장악한 주유소 판매망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진입장벽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식이다.
그 결과, 1980년대 정부 통제 아래 형성된 정유산업의 4대 사업자 구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는 LPG, 항공, 자동차, 맥주, 설탕, 담배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진 연구위원은 “공정위와 각 부처가 실질적인 진입장벽까지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정부 전체로도 새로운 독과점 산업 형성을 막는데 힘쓰는 한편,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통해 국가 과징금 외에 사적인 구제장치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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