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프로풋볼도, 메이저리그도 아니다. 시즌 챔피언을 향해 줄달음치는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도 아니다. 흔한 올림픽 종목도 아닌 스포츠이벤트가 매년 5~6월 중순만 되만 미국 사회의 메인 이슈로 회자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까지 우승전망을 내놓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는 이벤트다. 3대 메이저 경마 대회 얘기다. 켄터키 더비, 프리크니스 대회, 벨몬트 대회가 그것이다. 3세 이하 경주마들만 출전이 가능하고 켄터키 더비가 우승상금 146만달러(약 16억5,000만원)로 가장 많다. 프리크니스와 벨몬트 대회는 60만달러(7억원)선. 지금은 모든 스포츠종목에서 널리 쓰이는 트리플 크라운이란 용어가 이들 3개 대회를 석권한 데서 비롯됐다.
이중 켄터키 더비가 가장 먼저 5월 첫째 주 토요일 열린다. 프리크니스와 벨몬트 대회는 2~3주 간격으로 열린다. 이들 대회는 올해로 각각 138회, 137회, 144회째다. 모두 합해 419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34년 만에 3개 대회를 싹쓸이 하는 트리플 크라운 탄생이 점쳐지고 있어 미국 언론들의 눈과 귀가 온통 10일(이하 한국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벨몬트 대회(1.5마일ㆍ2,414m)에 쏠려 있다. 2015년까지 메이저 대회 독점 중계권을 따낸 NBC방송은 총 11시간 동안 생중계로 역사적인 트리플 크라운의 재현을 화면에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 삼관마의 탄생을 '블랙스완'에 비유했다. 검은색의 백조가 탄생하는 것처럼 충격적이란 뜻이다.
주인마(主人馬)는 아일해브어나더(I'll Have Another)다. 지난달 6일 켄터키주 루이빌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열린 켄터키 더비(1.25마일ㆍ2,011m)에서 첫 우승 테이프를 끊은 아일해브어나더는 20일 프리크니스 대회(1.125마일ㆍ1,810m)마저 집어삼켰다. 당초 아일해브어나더는 11마리 출전마중 전문가들의 우승마 예상에서 '눈밖에'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아일해브어나더는 우승 0순위로 꼽힌 '보디마이스터'(Bodemeister)를 상대로 두 차례 대회 모두 대역전극을 펼치며 1위로 골인했다. 그만큼 이변의 레이스라는 의미다. 특히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핌리코경마장에서 열린 프리크니스 대회에선 결승선 직전 신기에 가까운 순간피치를 끌어 올리며 1.5마신(馬身ㆍ3.6m)차이로 보디마이스터를 따돌려, 경기장을 찾은 16만5,000여 관중들을 경악케 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최근 한 파티에 참석해 "아일해브어나더가 삼관마에 오를 좋은 기회(good chance)를 잡았다"고 말했다며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그러나 "둘라한(Dullahanㆍ켄터키 더비 3위)이 아일해브어나더의 가장 강력한 경쟁마"라며 "둘라한의 레이스를 눈 여겨 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최근 부진했지만 39만달러(4억5,930만원)로 가장 몸값이 비싼 '유니언 래그스'(Union Rags)도 언제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다며 성급한 예단을 경계했다. 유니언 래그스는 프리크니스 대회를 기권한 채 충분한 휴식으로 벨몬트 대회를 준비해왔다. 몸값 순으로 따지면 아일해브어나더는 유니언 래그스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만5,000달러(4,122만원)에 불과하다. AP통신은 지난 31일 "충돌만 없다면 아일해브어나더가 삼관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실제 경마레이스 도중 충돌사고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강력한 우승후보 보디마이스터의 벨몬트 대회 기권도 아일해브어나더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일부 블로거들은 '아일해브어나더가 삼관마에 오를 수 밖에 없는 5가지 이유'를 나열하며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역대 대회를 통틀어 3대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말은 모두 4,000두. 이중 280마리만 트리플 크라운 중의 한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50마리가 두 대회를 석권했다. 삼관마는 1919년 '써 바톤'(Sir Barton)이후 모두 11차례 나왔다. 하지만 1978년 '어펌드'(Affirmed)를 마지막으로 2관왕은 11번 나왔으나 삼관마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아일해브어나더는 2008년 '빅브라운'(Big Brown) 이후 4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도전인 셈이다. 기수 마리오 구티에레즈(25)는 "막판에 치고 나가는 아일해브어나더의 힘은 무시무시할 정도"라며 우승을 확신했다.
아일해브어나더의 시즌 전적은 4전 4승. 상금만 262만9,600달러(약 30억9,000만원)에 달한다. 만약 삼관마에 오르면 우승상금과 특별 보너스를 합쳐 천문학적인 돈방석에 오르게 된다. 트레이너 덕 오닐(44)은 "아일해브어나더의 컨디션은 최고조다. 이미 트랙 적응훈련을 마쳤다.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에너지를 보여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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