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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놀러 가는 학교, 그리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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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놀러 가는 학교, 그리 어렵나

입력
2012.06.0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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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주관식으로 답하라는 시험 문제를 꽤 여러 번 받아본 것 같다. 특히나 초등학교 때 보통 사회 과목의 마지막 문항을 기록했던 바로 오늘에 대한 설명은 참 길기도 길었다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충절을 추모하기 위하여 정한 기념일은? 맞다, 현충일.

교과서에 밑줄 그어가며 달달 외울 줄이나 알았지 선열, 충절, 현충, 이 모든 단어들의 정확한 뜻은커녕 한자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 왜 우린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도모하기보다 아는 척하다 마는 교육에 이바지 당했던 걸까.

교과 중에 수학을 가장 좋아했던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뭔가 심정이 복잡한 날엔 연습장 그득 쌓아놓고 <수학의 정석> 을 펼친 채 한 문제 두 문제 풀어나가곤 했다.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숫자와 씨름하며 온갖 공식에 대입해가며 답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나의 속내를 유추해내려는 나만의 속풀이 수단으로 말이다.

미분에 적분에 물리에 화학에, 그 많은 과목과 그만큼의 교과서를 배웠음에도 내가 기억하는 공부는 화장실 청소 빨리 해치우는 순서나 교실 창문에 걸린 커튼을 나비 모양의 리본으로 묶는 법이나 선생님한테 들키지 않고 조는 요령이라니. 어쨌거나 이 모든 배움은 지금껏 내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니 진실로 학교가 우리에게 가르쳐야 하는 건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아닐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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