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빈곤층의 월 가구소득은 87만5,000원이고, 그보다 소득이 한 단계 높은 차상위계층(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은 83만9,000원이다. 오히려 3만6,000원이 적다. 단지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된 차상위계층 가구는 51만8,000원만 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0 빈곤실태조사'결과이다.
이러한 복지역전 현상의 원인은 정부의 복지혜택이 기초생활수급자에 집중된 탓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7개 분야를 통합한 급여로 매월 50만8,000원을 지원 받지만, 차상위계층은 13만원에 불과하다. 일할 능력과 기회가 있어도 일부러 포기하고 그냥 기초생활수급자로 남아있는 게 낫다는 얘기다. 복지가 거꾸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근로의욕을 꺾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5년 전과 비교해 기초생활수급자는 변동이 없는데 차상위계층은 185만명으로 0.3%(15만명) 늘었다. 계층이동 사다리를 통해 소득 양극화가 조금씩 해소되기는커녕 저소득층까지도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기초생활수급자들보다 더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해선 안 된다. 정부가 4일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열어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전면 개선키로 한 것은 뒤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통합급여방식을 개별급여방식으로 바꾸어 차상위계층에게도 분야별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택비, 의료비 등은 소득이 조금 늘었다고 부담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예산 확대 못지 않게 엄격한 기준마련과 합리적 전달체계로 복지의 낭비와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지금도 근로능력이 있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로 계속 눌러앉아 매달 50여 만원씩 받고 있는 사람이 무려 29만명이다. 소득이 없다는 기준만으로 더 이상 무조건, 무한정 지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자활근로사업이나 근로인센티브제 등을 확대하여 복지가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노력으로 빈곤에서 탈출하는 자극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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