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가 넘는 교역대국인 우리나라 정부가 확실한 과학적 근거없이 미국 소고기에 대해 검역중단 조치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솔직한 말로 미국 광우병 파동을 정면 돌파해야 했던 이유를 비롯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관료스럽지 않게 요즘 유행하는 표현대로 '돌 직구'를 구사하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었다.
서 장관은 길지 않은 1년 임기 중 초대형 난제 2개와 맞닥뜨렸다.
우선 올 4월말 광우병 젖소가 미국에서 발생한 것이다. 발생 초기 "최소한 검역중단, 궁극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서 장관은 검역강화 조치만 취한 채 검역중단은 거부해 호된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08년 농식품부가 일간지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하겠다"는 광고를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때 장관직이 위태로워 보이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서 장관은 흔들리지 않았고, 광우병 파동은 4년 전과 달리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또 2010년 10월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지난해 4월까지 매몰된 돼지 330만 마리, 소 15만 마리 뒷처리 역시 서 장관의 몫이었다. 취임하자마자 매몰지 곳곳에서 침출수가 농경지 등으로 흘러나오는 오염문제가 발생했고 특히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매몰지 둑이 터지는 대형사고의 우려도 컸다. 하지만 서 장관은 자신부터 과장급까지 나서서 모든 매몰지마다 관리 실명제를 실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취임 초 큰 고비를 별탈 없이 넘겼다. 서 장관은 "올해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으면 내년 하반기에 청정국가 신청을 해 2014년에는 구제역 청정국가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 장관 앞에게는 넘어야 할 더 높은 산이 남아있다. 바로 농업분야에 피해가 집중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FTA의 확대다. 이에 대해서도 서 장관의 대답은 단순 명료했다. "국가 발전을 위해 농업의 피해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 "FTA를 우리 농업이 선진농업으로 가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며 농어민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물론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 국내 농어업 민감품목 범위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밝혔다. 하지만 민감 품목에 대한 중국과의 암묵적 합의 여부 등 교섭 관련 민감한 사항에 대한 질문은 노련하게 피해 나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또 하나의 과제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신경분리)한 농협 개편의 성공적 정착이다. 특히 최근 농협노조가 "정부가 요구하는 경영개선약정을 체결하면 구조조정 우려가 있다"며 파업을 결의하는 등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은 "농협중앙회와 긴밀히 협의해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지만, 파업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 장관의 솔직함이 노사문제 같이 미묘한 정치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1년간 가장 보람 있었던 일에 대해 서 장관은 "매주 농어민을 만나 불신을 신뢰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장 등 부득이한 때를 제외하고 매주 농업 현장에 들러 지금까지 60개 시ㆍ군을 방문했고 이동거리만 2만439㎞이다. 서 장관이 주변에서 "장관 엔돌핀(장관이 된 후 업무에 열정이 넘치는 현상을 관가에서 부르는 말)이 가장 넘치는 장관"이라는 평을 받는 이유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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