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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위층 절반 이상 "병원비도 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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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위층 절반 이상 "병원비도 내기 힘들다"

입력
2012.06.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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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만명에 이르는 국내 빈곤층의 생활은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병원비가 없어 아파도 참고, 공적연금은 꿈도 못 꾸고, 때때로 난방이 끊긴 곳에서 생활하며, 자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기 어려운 모습이다. 특히 의료비ㆍ주거비 지원이 거의 없는 차상위계층이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더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만성질환자 많고, 병원비 부담에 치료 중단

기초수급, 차상위 가구의 절반 이상(각 55~67%)에 만성질환자가 있었다. 전체 평균 30.6%보다 두배 가량 많다. 없는 살림에 환자가 많으니 병원비 부담도 크다. 전체 가구 중 병원비가 부담된다는 가구는 33.1%였는데,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비수급빈곤층은 51.8%, 그 외 차상위는 54.7%가 병원비 부담을 호소했다. 수급자는 45.5% 정도였다. 특히 비수급빈곤층은 11.8%가 치료를 중도에 포기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들 중 90.9%가 치료비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치료 중도 포기 경험이 있는 전체 가구는 4.8%였다.

월세 많고, 난방 끊기기 일쑤

빈곤층은 월세비중이 높고 그만큼 주거비 부담도 컸다. 자가 비율은 14~28% 가량으로 전체 평균(55.2%)의 절반에 불과했고, 월세는 25~56% 가량으로 전체 평균(18.3%)보다 2~3배 가량 높았다. 주거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주거비가 월 소득의 20%를 넘는 주거빈곤 가구 비율도 차상위에서 78.5%(비수급 빈곤층 86.4%, 그 외 차상위 61.2%)로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은 23.8%, 기초수급자는 58.3%였다.

또 비수급빈곤층 가구의 절반 이상(51.8%)이 난방이 가끔ㆍ자주 끊겼다고 답했다. 수급자(43.8%), 그 외 차상위(39.6%)보다 더 높은 비율이며, 전체 평균 26%의 두 배에 이른다.

사교육 꿈도 못 꿔, 계층 사다리 끊겨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가구의 절반 이상(55.6%)은 가구원 중에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나 학생, 또는 장애인이나 환자 등 근로무능력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일할 사람이 없다 보니 수급자의 90%, 비수급빈곤층의 70%, 그 외 차상위의 63.4%가 공적 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초ㆍ중ㆍ고생 자녀가 있는 가구들은 월 평균 공교육비로 7만1,000원, 사교육비로 28만1,000원을 쓰고 있었는데, 수급자 가정은 사교육비가 월 3만9,000원, 차상위계층은 10만9,000원에 불과했다. 사교육 의존도가 큰 국내 입시환경에서 계층 사다리로 통하는 교육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빈곤층은 340만명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기초수급자와 법정 차상위계층만 포함한 것이다. 재산까지 환산하는 소득 인정액이 아닌 순수 소득 기준으로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까지 차상위로 포함한다면 빈곤층은 570만명(11.74%)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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