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廣東)성의 무역 도시 광저우(廣州)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3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해안가의 양장(陽江)시. 탁 트인 남중국해와 넓은 백사장으로 피서객이 몰리는 이곳 해수욕장에서는 파도가 넘실대는듯한 타원형 건물이 눈길을 잡았다. 남송시대에 침몰한 난하이(南海)1호를 인양한 뒤 그 유물과 함께 전시하고 있는 광둥성해상실크로드박물관이다.
길이 30.4m, 폭 9.8m, 높이 4.0m의 도자기 무역선 난하이1호는 1987년 발견됐다. 중국 정부는 바닥을 튼 초대형 컨테이너를 제작, 바다 속에 묻힌 난하이1호의 둘레에 박은 뒤 주변 흙까지 통째 퍼 올리는 방식으로 2007년 12월 배를 인양하는데 성공했다. 박물관 수조로 컨테이너를 옮긴 후 난하이1호를 다시 물 속에 담가두었는데 이는 완전한 복원 기술이 확보될 때까지 발굴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 조사에서 완전한 형태의 송대 도자기와 생활용구 등이 대거 발굴돼 이곳 박물관에 함께 전시돼있다. 학계에선 배에 시가 100조원 상당의 유물 8만여 점이 실려 있다며 진시황의 병마용(兵马俑)보다 가치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가 한국 등 외국 기자들을 중국의 어정선(어업지도선)이 정박하고 있는 광저우로 초청한 뒤 3일 다시 이곳 박물관까지 데리고 온 것은 남중국해가 과거는 물론 현재도 중국의 활동 무대라는 것을 은연 중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박물관엔 명대의 항해가로 아프리카까지 원정한 정화(鄭和)의 탐험 경로와 업적이 안내돼 있다.
역사만 강조하는 게 아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유인 잠수정 자오룽(蛟龍)호가 세계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의 마리아나해구 탐사를 위해 장쑤(江蘇)성 장인(江陰)시의 부두를 출발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지난해 7월 승무원 3명을 태우고 바닷속 5,188m까지 내려갔던 자오룽호는 이번에 7,000m에 도전한다.
중국은 남중국해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섬)를 둘러싸고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이 고조되던 5월 독자기술로 개발한 석유시추선을 전격 투입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처음 자체 설계해 건설한 심해 반잠수식 시추 플랫폼인 해양석유981호로, 홍콩에서 남동쪽으로 320㎞ 떨어진 남중국해 해역에서 수심 1,500m 심해의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고 있다. 4년 만에 완공된 해양석유981호는 수심 3,000m에서도 작업할 수 있으며 무게는 3만톤, 높이는 137m나 된다.
첫 항공모함의 취역도 초읽기에 들어가있다. 중국은 1998년 우크라이나에서 사들인 미완성 항모 바랴그호를 개조한 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8회 시험 운항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바랴그호가 인민해방군 창건일인 8월 1일 취역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의 행보는 해양굴기(海洋堀起)의 장정을 밟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중국 CCTV는 지난해 말 8부작 다큐멘터리 '바다를 향해 나아가자(走向海洋ㆍ저우샹하이양)'를 방영, 자국민에게 해양 권익과 해역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2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한 미군 군함의 비율을 현재의 50%에서 2020년까지 60%로 늘리기로 하는 신국방전략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광저우ㆍ양장(광둥성)=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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