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고교 1학년생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지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이 학생은 숨지기 전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에서 "2년째 맞고 산다. 더 이상 못 견디겠다.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또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없어질 듯"이라며 자살을 암시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지난 2월 중학교 시절 결성했던 축구동아리 회원에게 맞은 뒤 유서형식의 글을 써놓기도 했다. 축구동아리 회원들로부터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면서 두 가지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 학생은'학교 밖 폭력'의 희생양이라는 사실이다. 그 동안 교육당국은 '학교 안 폭력'에만 관심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학교 밖 동아리, 사설학원 등도 폭력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지난 4월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진 여중생은 "학원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유서를 써 놓았었다.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요즘 청소년 대다수는 밤늦게까지 사설학원에 머물러 있으며, 폭력과 괴롭힘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 학교폭력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학교와 학원, 가정, 교육당국이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대구에서 중고생들의 자살이 잇따르는데 대한 우려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12월 또래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투신자살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킨 중학생 김모 군을 비롯해 6개월 사이 10명의 중ㆍ고교생이 투신해 이 가운데 8명이 숨졌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지만 대구에서 단기간에 충격적인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 오해를 받는 측면이 있다. 대구지역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지역 교육당국의 지나친 입시경쟁 위주 정책으로 대구지역 중고교생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한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의 만연은 입시몰입 교육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에서 파생된 것임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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