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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잃고서야 스스로 주폭 인정…" 힘겨운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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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잃고서야 스스로 주폭 인정…" 힘겨운 치유

입력
2012.06.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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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9곳뿐인 알코올 질환 전문병원 중 하나인 경기 의왕시 다사랑중앙병원 의 폐쇄 병동. 지난달 31일 이곳을 찾았을 때 강화 유리로 된 보안 출입문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환자들에 대한 내부의 엄격한 관리와 통제가 선뜻 상상이 됐지만 의외로 환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TV를 보고 있었다. 병실에서는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이도 있고, 체력단련실에서 역기를 들며 몸 만들기에 한창인 사람도 보였다. 여느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폐쇄 병동을 포함해 이 병원에 입원한 200여명의 환자들은 모두 알코올과 폭력이라는 같은 상처를 갖고 있었다. 얼마 전 스스로 이 병원에 들어온 김모(29)씨는 대학에 들어간 뒤 한 두 잔씩 마시기 시작한 술에 변해갔고, 언제부턴가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그는 어릴 적 술만 마시면 폭행을 일삼던 아버지를 보면서 치를 떨어 절대 술에 입을 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한 두 잔씩 기울인 술잔에 자신이 푹 빠지게 된 것이다. 김씨는 결국 음주 후 폭력을 저질러 전과자가 된 다음에야 이 병원을 찾았다.

5년 전부터 이곳에서 환자를 돌보며 지금은 '단주 전도사'로 불리는 상담치료사 한성희(56)씨 역시 한 때 알코올중독자였다. 그는 "직장과 가족을 모두 잃고서야 내가 25년 동안 알코올 중독에 빠져있었단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며 "알코올과 폭력 문제는 늘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생활을 끝내고 다시 사회로 나온 뒤 꼬박꼬박 '단주모임'에 나오는 모 기업 중간 간부 송모(54)씨는 말꼬리라도 잡히면 부하 직원을 끝까지 몰아세웠고, 언어 폭력을 서슴지 않았고 때론 폭력도 휘둘렀다. 송씨는 "그러한 공격성이 결국 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은 이처럼 폭력성을 동반하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사회 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한 40대 자영업자는 "알코올중독으로 치료 받고 있는 사람과 누가 사업을 같이 하려 하겠냐"고 되물었다. 올 4월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역학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59만 명인 알코올 중독 환자 중 전문의를 찾는 비율은 전체의 8.6%(추정)로 불과할 정도로 적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알코올 중독과 폭력성의 연관성으로 볼 때 음주폭력에 대한 경찰의 무관용 정책은 적절하다"며 "하지만 주취 폭력자에 대한 맞춤형 치유와 함께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왕=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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