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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권 견제 도와준 'MEK'… 美정부, 테러단체 제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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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권 견제 도와준 'MEK'… 美정부, 테러단체 제외 딜레마

입력
2012.06.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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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이란 반체제단체 '무자헤딘 이 칼크(MEK)'의 테러단체 지정 해제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미국 입장에선 이란 정권 타도를 외치는 MEK가 고마운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MEK를 테러리스트에서 제외하면 폭력에 의존하는 이들의 투쟁방식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국무부는 4개월 안에 MEK를 해외 테러단체 명단에서 제외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국무부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 직권으로 MEK를 명단에서 삭제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법원은 국무부가 결정을 미룰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2010년 미 의회가 180일 안에 MEK의 테러단체 지정 해제를 결정하라고 요청했지만 국무부는 60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란 인민무자헤딘기구(PMOI)로도 불리는 MEK는 1979년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는데 큰 공헌을 했으나 혁명 후 보수 이슬람정부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국외로 추방됐다. 80년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이들을 받아들여 피난처(아쉬라프 캠프)를 제공했고 MEK는 이 곳을 근거지로 이란에 대한 테러공격을 벌여왔다. 미 국무부도 97년 미국인 6명이 암살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MEK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그러나 미국과 MEK는 2000년대 들어 끈끈한 관계로 발전했다. 미 행정부는 앙숙인 이란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MEK를 암암리에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이란의 우라늄농축 핵개발 정보를 최초로 공개한 단체가 MEK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엔 미국이 이란 내부 정보를 캐낼 목적으로 MEK 조직원을 직접 훈련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MEK는 이런 유대관계를 활용해 미국에 테러단체 지정 해제를 꾸준히 요구했다. 특히 후세인 사후 권력을 장악한 시아파 이라크 정부가 아쉬라프 캠프를 폐쇄하려 하면서 사정이 급해졌다. BBC방송은 "MEK는 테러단체 낙인이 아쉬라프 캠프 탄압의 명분을 제공했다고 믿어 미 의회에 엄청난 로비자금을 쏟아 부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MEK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MEK가 테러단체 지위를 벗어나고 싶으면 아쉬라프 캠프 폐쇄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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