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전검사를 통과한 일본 후쿠이(福井)현 오이(大飯) 원자력발전소 3ㆍ4호기가 7월 중순 재가동에 들어간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금주 각의를 거쳐 오이 원전의 재가동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그 동안 손을 맞잡고 재가동에 반대해 온 주변 광역자치단체들이 여름 성수기를 앞둔 지역 재계와 주민들의 우려에 굴복해 재가동을 수용한 결과다. 이로써 지난달 5일 홋카이도 원전의 가동 중단으로 시작된 일본의'원전 제로'시대가 막을 내린다.
■ 일본의 원전 재가동은 숙명적이다. 지난해 대지진과 해일이 빚은 후쿠시마(福島)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로 원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증폭, 전국 54개 원전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들어가야 했다. '원전 제로'는 그 우발적 결과였을 뿐, '원전 없는 일본'에 대한 구체적 전망과 공감에 근거한 게 아니었다. 한국과 비슷하게 전체 전력의 약 30%를 원전에 의존해온 만큼 일본 산업계와 가정의 집요한 절전 노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 원전 재가동은 정치 지도자들의 이미지 부침도 시사했다. 노다 총리는 '원전 제로' 구상을 밝힌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와 달리 '안전성을 대전제로 한 재가동' 방침을 꾸준히 밀어붙였다. 그의 '조용한 고집'은 일본 정계의 풍운아인 하시모토 도루(橋本徹) 오사카(大阪)시장과도 대조적이다. 4월 "국민이 민주당 정권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다"고 극력 반발했던 그는 "오이 원전은 예외 중의 예외"라는 사족을 단 채 재가동을 받아들였다.
■ 이를 일본 원전의 전면적 부활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래의 일방적 원전 기피증은 적잖이 희석됐다. 다만 그것이 대체 화력발전 증대와 혹독한 절전 등 '원전 제로'꿈을 향한 노력의 끝에서 찾아낸 현실과의 접점인 만큼 '제한적 원전 부활'의 가능성은 커 보인다. 국내의 '원전 철폐' 외침이 공허한 것도 고도의 절전 노력과 자기고통을 겪은 바 없기 때문이다. 당장 올 여름 10% 절전에라도 성공한다면 한결 반향이 커질 만하건만.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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