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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 생명체, 극지 미생물에서 단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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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 생명체, 극지 미생물에서 단서 찾는다

입력
2012.06.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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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모든 동식물은 햇빛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한때 사람들은 이렇게 여겼다. 하지만 근래에 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으로 살아가는 미생물이 하나 둘 발견되면서 이런 믿음은 무너졌다. 화학합성은 화합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을 말한다. 특히 학계에선 극지 미생물에 주목한다. 우주와 환경이 유사한 남극과 북극에 이런 미생물이 있다는 것은 우주 생명체의 존재를 추정하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극지연구소 이유경 극지생명과학부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에서 산소 없이도 살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영구동토층은 지면의 온도가 1년 내내 영하인 지역을 말한다. 특히 연구진은 이 미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이미 알려진 것과 3% 이상 차이가 나 새로운 종(種)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 미생물의 경우 유전자 염기서열이 3% 넘게 다르면 신종으로 분류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 역시 2009년 남극 대륙의 테일러 빙하 근처 호수에서 산소가 없어도 사는 미생물을 찾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미생물은 철과 황화합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화학합성을 했다.

이 부장은 "미생물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자란다면 화성에서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화성의 환경 조건을 모사한 해외 실험실에 이번에 발견한 미생물을 보내 거기서 사나 못 사나 실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은 산소가 희박하고 일교차가 매우 큰 행성이다. 한낮 적도의 평균 기온은 25도이지만 밤에는 영하 85도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물의 흔적이 발견돼 학계에선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추정한다.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 수십 ㎞의 얼음층이 바다를 덮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 목성의 위성 유로파 역시 같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과학학술지 에 미국 카네기연구소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은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지난해 모로코 사막에 떨어진 티신트 운석을 포함한 화성 운석 11개를 성분 분석한 결과,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유기물이 다량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기물이 화성의 주요 구성 성분이지만 생명체의 활동으로 생긴 건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 운석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오염됐다고 주장했다.

탄소와 수소가 엉킨 분자 덩어리가 뭐가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유기물은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물질이다. 여기에 물까지 있으면 생명체가 발생할 조건이 만들어진다. 화성에선 이미 물이 흐른 흔적까지 발견됐으니 생명체가 있거나, 있었을 확률이 더 높아진 것이다.

생명체의 '우주 이동설'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 이론은 운석을 통해 떨어진 유기물이 씨앗이 돼 36억년 전 지구에 생명체(미생물)가 나타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증할 수가 없어 여전히 가설로 남아 있다.

운석에서 발견된 아미노산도 우주 생명체의 존재 확률을 높이는 증거 중 하나다. 1969년 호주 머치슨 지역에 떨어진 운석에선 아미노산 70여개가 나왔다. 아미노산은 몸에서 여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 지구에 사는 동식물은 아미노산 20개를 조합해 서로 다른 단백질을 만든다. 이 부장은 "우주와 유사한 극한 환경에서 사는 미생물이 발견되고, 운석에서 유기물과 아미노산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우주 어딘가에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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