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갑작스레 떠나고 영원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2년간 혼자 끙끙 앓다가 전통 예술을 만난 거죠. 그래서 옻칠, 금박, 자개처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재료에 매료되지 않았나 싶어요."
8년 전 남편을 잃고 실의에 빠졌던 나성숙씨(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어둠 속에서 건진 건 삼촌이 권한 전통 예술이었다. 목공부터 장석, 옻칠, 황칠 등을 배운 후 북촌 한옥에 작업실을 꾸려 지금까지 수백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그가 5년간 작업한 40여점을 선보이는 옻칠전 '북촌 한옥마을에서'가 서울 서초3동 갤러리K에서 열리고 있다.
"옻칠은 단순 노동이 80%예요. 첫째는 잡념이 없어져서 좋고, 둘째는 유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옻칠이 아니고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블랙이죠." 그는 불에 타지 않아 전투기 앞면에도 칠하는 옻칠은 "공명이 잘돼 피아노나 기타, 바이올린 같은 악기에 칠하기도 한다"면서 현대에도 활용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단순 노동이라지만 그의 옻칠 작업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작업은 원목 앞뒤로 삼베를 붙여 훗날 뒤틀리지 않게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위에 흙칠, 옻칠, 나전 등을 바르고 말리고 긁어내는 과정의 반복과 채색 등 15단계 이상의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온도와 습도에도 민감해 한 점을 한번에 칠해야 매끄러운 색이 나온다.
북촌 한옥마을의 지붕과 산, 나무 등 주변 풍광, 민화는 그의 작품의 주요 모티프다. 겸재 정선의 진경 산수화를 재해석한 7폭의 '한양 진경'도 이번 전시에 나왔다. 당시 인왕산, 세검정, 송파진, 압구정 등의 풍광이 금박과 자개로 꾸며져 투명한 검정의 옻칠 안에서 빛난다. 전시는 14일까지. (02) 2055-1410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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