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개업을 준비 중인 강석민(36)씨는 서울 잠실 일대 상가를 알아보다 최근 경기 판교신도시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6개월 무상 임대' 조건을 내걸고 임차인을 찾는 한 신규 상가의 계약 조건을 보고 마음을 돌린 것이다. 강씨는 "기존 상가에 들어갈 경우 적잖은 권리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신규 상가라 권리금이 없고 무상 임대까지 가능해 3,000만원 정도의 개업 비용을 아끼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무상 임대(렌트 프리ㆍRent Free) 조건을 내건 상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렌트 프리는 원래 오피스빌딩 주인들이 장기 임차인 유치를 위해 일정 기간 무상으로 업무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서비스. 하지만 창업시장 부진으로 상가 임대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워진 신규 상가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렌트 프리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의 단지 내 상가인 '묵동자이 프라자'는 총 156개 점포 가운데 일부를 렌트 프리 방식으로 임대하고 있다. 이미 임차인이 입점한 상가를 투자자가 매입하면 분양 주체인 시행사가 임차인을 대신해 5~12개월 간 월세를 내주는 조건이다. 시행사가 돈을 대납하고서라도 상권을 활성화시켜야 남은 점포가 제대로 분양되기 때문이다.
판교신도시 운중동에 위치한 '트윈프라자2'도 6개월 렌트 프리 방식으로 임차인을 모집 중이다. 신도시에 한꺼번에 많은 상가가 쏟아지면서 임차 수요 확보가 쉽지 않자 내놓은 전략이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내 수로변 상가지구인 '커낼워크'에서도 1년 안팎의 무상 임대 조건을 단 상가점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 광교신도시 에듀타운 내 병ㆍ의원 및 약국 전문 메디컬 테마상가인 '명품프라자'도 최장 12개월 무상 임대 조건을 내걸었다. 당초 예정됐던 경기도청 이전이 지지부진하면서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자 렌트 프리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렌트 프리는 지방 상가에서도 성행한다. 대전 도안신도시 주변의 상가 주인들은 최대 6개월 무상 임대 조건을 내걸고 임차인 유치에 나섰다. 최근 대전 서구 목원대 앞에 준공된 S타워의 경우 미분양 상가 20실을 6개월간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고, 인근 M빌딩도 잔여 점포를 채우기 위해 임대차 계약자에게 최대 6개월의 무상 임대 혜택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무상 임대라고 덜컥 점포 계약을 맺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렌트 프리 조건을 단 점포는 대부분 공급과잉 등에 따른 미분양 점포이거나 상권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상가 주인들이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면서 내놓는 점포들은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봐야 한다"며 "단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권 형성 여부를 따져본 후 상가 임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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