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일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과 타협은 없다"며 쐐기를 박았다. 일본에서 지난달 31일 '총리가 한국 정부에 사과하고 위안부 피해자에게 금전적 배상을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한국 정부가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한 반박이다.
정부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가 먼저 회복돼야 그분들에 대한 배상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측이 국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다른 용어를 동원해 봐야 당사자나 한국의 언론, 시민단체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정부간 어설픈 타협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중간지대는 없다"고 단언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이후 일본측과 차관, 국장, 과장 등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협의해 왔다. 하지만 일본측은 법적 책임을 거부하며 "인도적 차원의 사과와 배상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성과가 없는 상태다. 일본은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제안했고 그간 총리가 수 차례 인도적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은 "문제의 본질과 다르다"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양국간 협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헌재가 제시한 중재 절차가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헌재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중재 절차가 규정돼 있다"며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재로 갈 경우 문제해결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보통 2년 정도 걸리는 중재 절차는 위안부 문제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가리는 게 전부"라며 "중재에서 이겨도 다시 일본의 법적 책임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중재가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딱히 일본을 압박할 묘수도 없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정서와 직결돼 있어 양국 정상이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린 지 1년째 되는 올해 8월 이전엔 뭔가 실마리가 풀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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