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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고의 자유지대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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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고의 자유지대 없는 아이들

입력
2012.06.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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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던 타임즈'의 명장면. 컨베어 벨트 공장에서 일하는 찰리가 나사못을 조이다가 나사와 비슷한 단추가 달린 옷을 입은 여성이 지나가자 그 단추까지 조인다는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설정은 사실 슬픈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 효율성이란 이름하에 행해지고 있는 비인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현상의 단면을 웃음이란 완충재를 사용해 표현하는 것이었기에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에게 인류가 처한 충격적인 상황을 아주 정직한 목소리로 전달한다고 할 수 있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너흰 참 복 받은 세대"라고.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과거의 세대가 오히려 더 풍요를 누리지 않았을까. 지금의 아이들은 물질적 풍요와 사고의 자유 중 하나만을 강요당하고 있다. 부모와 학습전문가들이 짜주는 계획에 의해 아이들은 컨베어 벨트의 부품들처럼 조립당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에게 기성세대는 많은 부를 물려준 대신에 사실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자녀의 희망은 묻지 않은 채,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합당한 명문대 혹은 직종을 성취 목표로 설정하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간지나게 살 수 없다면서 온갖 종류의 학원과 고가의 인강을 수강하게 하고,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행해야 할 세부 행동지침을 하달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만의 독창적 관점을 가지고 현안을 분석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하는 논술 까지도 명문대 출신 강사들에게 지도받게 해 무난한 모범답안을 모방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뛰어난 발명품과 획기적인 개선안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역사의 기록들이 증명하고 있다. 제약을 받지 않는 몽상의 시간이 지금 당장은 시간 낭비로 보이지만 그 시기에 떠올랐던 발상들이 언젠가 빛을 발하기도 한다는 것이 위인들의 전기문에 이미 밝혀져 있다.

그렇다. 우리 부모들은 자신들의 욕심 속에 실은 아이들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곤 아이들에게 너흰 왜 그렇게 욕심이 많고 불만이 많은가 하고 묻곤 한다. 이런 질문은 사실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물질적인 욕망에 묶어 놓은 건 사실 부모들인 것이다. 그럼 물질이 충족되면 아이들은 무조건 행복할까.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 기성세대에게 다시 10대의 시절로 돌아가서 밤 11시 이후까지 빙빙 돌아가는 시스템에 의해 학원을 순례하거나 고가의 인강을 수강하게 한다면 과연 지치지 않고 해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부모의 욕심에 맞춰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너무 지쳐 있고 정상적인 사고의 기능은 점차 마비되어 가고 있다. 스스로 판단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맞게 전략을 짜서 학습하는 시간 자체를 부모들은 낭비라고 규정하는데, 그러면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도 누군가가 그 자립심이 없는 어른 아닌 어른에게 계획을 수립해 주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도 수도권의 주요 회사 주위에는 학원가가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고 성인인 수강생의 비전을 수립해 주고 문제점을 진단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미래의 언젠가에 외교, 정치, 학문, 예술 등의 분야에서 무난하고 튀지 않는 업적으로 인해 한국이란 나라는 무색무취의 이미지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개성 없는 사회가 되려 한다.

인간은 상품이 아니기에 자녀에게 라벨을 붙이듯 진로를 선택해선 안 된다. 공부란 실은 석학과의 대화이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대학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의 실천 여부를 주요 대학과 특성화 고교의 입학 전형에 반영의 한 요소로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교육 시장의 확대만을 가져왔다. 우리 교육 위기의 핵심은 원인을 아는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문제점을 파악한 후 실천하는 것이리라.

진실로 자녀를 사랑하고 국가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기성세대들은 미래의 인재인 우리 아이들에게 신사고의 자유를 허락해야 할 것이다.

나지영 전북 남원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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