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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 지정 "기본권 침해 아니다"/ 23종은 어떤 책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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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 지정 "기본권 침해 아니다"/ 23종은 어떤 책들인가

입력
2012.05.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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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각 군에 '장병의 정신전력에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수거하라는 공문을 내린 서적 23종은 북한 찬양(11종), 반정부ㆍ반미(10종), 반자본주의(2종)라는 3가지 내용으로 분류됐다.

당시 국방부는 한국대학생총연합회(한총련)가 이들 서적을 군대에 보내는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런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그러나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해당 서적의 부대 반입을 금지시키고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23종의 책에는 베스트셀러나 권장도서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현기영씨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는 제주 출신인 작가가 4ㆍ3항쟁을 배경으로 쓴 성장소설로 2003년 방송 책소개 프로그램인'!(느낌표)'에서 권장도서로 뽑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지만 군은 이 책에 북한 찬양 도서라는 낙인을 찍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의 경우 현재까지 55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무역ㆍ산업정책 등 경제 각 분야에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비판하고 실제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한 내용이지만 반정부ㆍ반미 정서를 부추기는 책으로 간주됐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부산 영도조선소 타워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소금꽃나무> 는 노동현장의 현실과 여성노동운동가로서 겪는 고뇌를 쓴 에세이집이다. 군은 이 책도 반정부ㆍ반미 서적으로 분류했다. 이밖에 대학의 교양교재로도 널리 읽히고 있는 민속학자 주강현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 미국의 석학 노암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와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등도 리스트에 올랐다.

국방부의 블온서적 리스트가 공개된 2008년 7월은 10년 만에 보수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명박 정권 출범 첫 해였다. 학계에서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안교과서 한국 근ㆍ현대사> 를 펴내면서 진보적 학자들과 역사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 시기다. 군도 그런 상황에서 '정신전력 강화'를 명분으로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적물의 부대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는 군의 당연하고도 오랜 관행이었지만, 국방부 차원에서 불온서적을 명시적으로 지정하고 '금서'로 만든 것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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