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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 지정 "기본권 침해 아니다"/ 저자·출판사 "군인도 시민…항소하겠다"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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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 지정 "기본권 침해 아니다"/ 저자·출판사 "군인도 시민…항소하겠다" 강력 반발

입력
2012.05.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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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문제없다는 취지의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대해 저자와 출판사들이 크게 반발했다. 시대적 흐름과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의 저자 현기영 작가는 "군인도 시민의 연장선상으로 봐야지 전쟁을 치르는 기계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법원이 제주 4ㆍ3사건과 같은 과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덮으려고 하는 국방부를 인정한 셈"이라고 분개했다. 이 책을 출판한 손택수 실천문학 대표는 "MBC 교양프로그램 느낌표를 비롯, 수많은 곳에서 양서로 추천한 도서로 이 책을 읽은 50만명 가까운 독자가 판결을 납득하겠느냐"며 "국방부의 선정기준을 신뢰하기 어려운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결과인데 법원이 이를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의 출판사인 철수와 영희의 박정훈 대표는 "판결문에 '불온 내용이 없더라도 국방부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문구가 있는데 권력기관은 불온한 내용이 없더라도 임의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권한 행사이냐"며 "불온도서를 출간한 출판사로 낙인 찍는 것은 학문과 사상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저자와 출판사들은 심각한 명예훼손을 벗기 위해 항소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의 공동저자인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는 "레드 콤플렉스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불온도서 저자로 낙인 찍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며 "항소를 통해 명예훼손 외 실질적 손해까지도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인권ㆍ시민단체들도 보편적 인권의 기준에 맞지 않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크게 우려를 나타냈다. 박진옥 국제엠네스티 사무국장 대행은 "국제 인권 기준으로 볼 때 군대 내에서도 어떤 책을 읽고 생각하는지 통제 받지 않는 게 보편적인 인권인데 국내법이 이와 정반대의 판결을 내놓아 정당화하는 명분을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국민의 학문, 사상,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걸어 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독려하는 판결을 내놓아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은 당시 국방부 장관의 조치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으로 본 것"이라며 "군이라는 특수환경을 고려할 때 장관의 재량권 행사는 타당하다고 본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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