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조경민(54)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30일 스포츠토토 전 재경담당 부장 김모씨를 구속하면서 금품로비 수사를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섰다.
검찰은 회사 돈 횡령 등 조 전 사장의 개인비리 혐의는 대부분 파악한 만큼 횡령한 돈의 사용처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금품로비 대상과 규모 파악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 일부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게 전달된 단서와 진술을 확보하고 금품수수 대상을 특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검찰은 조 전 사장 관련 계좌에서 10억원대의 뭉칫돈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 이 돈이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로비와 관련한 진술과 증거 등 조각조각 단서는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며 "반제품을 완성품으로 만들기 위해 퍼즐을 맞추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스포츠토토는 문화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체육복권 사업을 위탁받은 독점업체로, 일정기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선정 권한이 있는 문화부에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스포츠토토용 용지제조업체와 광고업체 등 협력업체에 물량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기는 방식으로 비자금 7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달 중순 해당 업체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의 또 다른 포인트는 오리온그룹 사주인 담철곤(57) 회장의 연루 여부.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돈 횡령 혐의로 지난 1월 항소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담 회장 측은 대법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리온 측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문제지만 담 회장은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담 회장의 연루 정황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기본적으로 조 전 사장과 관련된 수사"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조 전 사장 측이 담 회장의 연루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담 회장과 조 전 사장은 완전히 등을 돌려 오리온그룹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사건 여파로 조만간 해임될 것으로 알려진 스포츠토토 박대호(52) 현 대표도 회사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고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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