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6월부터 급여를 대폭 삭감당할 처지에 몰렸다. 정부가 공기업 급여 체계에 일률적 상한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부자들의 고통분담'을 강조해 온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부유층 군기잡기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공기업의 최고 급여가 최저 급여의 20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이 6월 중 각료회의를 거쳐 법제화한다. CEO라도 신입사원보다 20배 이상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사회당 정부는 대통령과 이미 장관의 급여를 선제적으로 30% 삭감했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29일 주간지 렉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20배 룰'의 적용을 확인하며 "새로 선임되는 CEO뿐 아니라 현 CEO에도 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에로 총리는 "공기업 리더들의 애국심을 믿는다"면서 "그들은 위기 상황에서 엘리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52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국영철도공사(SNCF)와 우정공사 등 23개 공기업은 지분의 100%를 쥐고 있다. 세계 2위 전력회사인 프랑스전력청(EDF), 세계 최대 원자력 엔지니어링 업체인 아레바 등은 지분의 50% 이상을 정부가 확보하고 있다. 이들 공기업에는 20배 룰이 즉각 적용된다. 정부가 소수 지분을 보유한 에어프랑스, 르노, 프랑스텔레콤 등 민영기업도 연봉 상한선을 도입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20배 룰이 실행될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CEO는 앙리 프로글리로 EDF 회장이다. 그의 현재 연봉은 155만유로(22억6,650만원)인데, 이는 일선 전기기술자 연봉의 64배다. 결국 프로글리 회장의 연봉은 현재보다 68% 삭감된 50만유로(7억3,113만원) 정도로 급감하게 된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우정공사 CEO의 연봉은 41% 줄어든다.
좌파 정부의 인위적 급여 삭감에 대해 우파에서는 "공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서민 사이에 부유층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독점한다는 불만이 널리 퍼져 있어 여론은 사회당 정부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올랑드 정부는 20배 룰을 신호탄으로 연 100만유로(14억6,226만원) 이상 소득자에게 최고 소득세율 75%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6월 10일과 17일 총선에서 올랑드의 사회당이 승리할 경우 최고 세율 75% 법안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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