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한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의 경기 흐름은 고사하고 ‘상저하저’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실물에 본격 반영되면서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이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을 포괄하는 전(全)산업생산 지수 증가율이 전월 대비 제로(0)를 기록했다. 3월 추락(-1.2%)에 이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모양새다.
앞서 박재완 장관은 29일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4월 산업활동동향이 하반기 성장 전망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4월 수치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경기 회복의 희망을 줘야 하반기 고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6월 말 공개되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선 올해 성장률 전망치(3.7%)가 소폭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광공업과 서비스업이 비교적 선전한 반면 건설업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과 전기ㆍ가스업의 호조로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9.3%로 금융위기 전 평균(78.7%ㆍ2001년 1월~2008년 8월)을 넘어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 서비스업 생산 또한 출판ㆍ영상 등의 호조로 0.2% 상승했다.
건설업은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건설기성은 올해 1월 15.4%(전월 대비) 추락했다가 2월 소폭(5.5%) 반등했으나 3월(-1.4%)에 이어 4월(-5.2%)에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건설수주는 건축, 토목 부문 모두 부진해 5.4%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국면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에만 호황과 불황의 분기점인 100에 턱걸이 했을 뿐, 3월(-0.4포인트)과 4월(-0.2포인트)에는 감소했다. 향후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해 8월 100 밑으로 떨어진 뒤 9개월째 99.0~99.8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4월에도 호전된 수치가 나오지 않은 것은 유로존 위기가 실물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며 “유로존 위기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2분기 실적도 생각보다 안 좋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 탄력성이 많이 상실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상저하저’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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